조선업계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조선3사의 채무만 55조원(대우조선해양 23조원, 현대중공업 17조4000억원, 삼성중공업 14조4000억원)에 육박하고 종소 조선사까지 합하면 70조원에 이른다. 조선업의 부실로 경남지역 실업자 수는 지난 4월 이미 5만500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9%나 증가했고 지난달 말 울산지역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총 1만496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나 증가했다.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와 통영시의 지역경제가 지금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는 12조원의 기금을 긴급 조성하며 본격적으로 조선·해양업종의 구조조정을 압박했다. STX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채권단 주도로 조선3사는 유가증권과 부동산 매각, 일부 사업의 분사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워낙 큰 조선업계의 부실은 단지 조선업만이 아니라 철강·화학·조선기자재 분야, 해운·국방산업 등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제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서두른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초유의 경제위기를 겪은 1997년 말만 하더라도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감원 대상자는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였다. 하지만 이후 기업들이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며 기간제, 파견 노동자 사용을 확대했고 원·하청구조를 정착시키면서 대규모 감원의 주 대상은 슬그머니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바뀌어 버렸다. 그렇다 보니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번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서 대량 감원의 우선 대상자가 다단계 하청구조에 묶여 있는 조선업계 하청 노동자 13만명이 될 것이란 점은 너무나 쉽게 예측된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물량팀’으로 불리는 하청업체의 재하청 노동자들이니 소속도 불명확한 이들이 구조조정의 회오리에서 벗어날 방도는 없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고용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들의 운명은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제20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 13일 국회 연설에서 6월 중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고 뒤이어 고용노동부도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 조선사와 하청업체를 우선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하청업체 노동자와 물량팀에도 전직·직업훈련, 실업급여 지급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이 들려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청 노동자들과 물량팀의 피와 땀으로 조선업이 발전해왔는데 위기가 닥치니까 우리가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고 있다. 여기서도 떠나라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구조조정과 마주한 하청 노동자들은 절규한다. 이들이 몇 명인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지만 조선업을 세계 1위로 등극시킨 주역이 아니라고 누가 부정하겠는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되는 기금은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마땅하다. 그것도 실직이 현실화되기 전 신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하청업체의 생사여탈권이 원청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후진국형 다단계 하청구조도 말끔히 개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구조조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