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사드는 아시아 대격동의 서곡인가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6.07.19 06:00

한반도 사드 배치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드 배치의 전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우선 ‘세계의 경찰’로 불리는 미국은 2011년부터 ‘아시아 재균형 전략’(피봇 투 아시아, Pivot to Asia)을 통해 중국의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일어섬)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문제에 집중해왔다면 이제 주 무대를 아시아로 옮긴 것이다.

미국의 피봇 투 아시아는 G2로 급부상한 중국을 누르려는 포석이 가장 커 보인다. 일본 아베 정부가 헌법까지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겠다는것을 미국이 용인해 준 것도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2012년 7월 이후 센카쿠 열도 등에서 동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과 남중국해를 사이에 놓고 맞닿아 있는 필리핀이나 베트남을 통해서도 중국 견제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5월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다. 필리핀이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소송에서 지난 12일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 패소 판결을 내린 것도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으로 읽힌다.

한반도 사드 배치의 가장 큰 명분은 북한 미사일 공격 방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사드가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어떻게든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한반도 사드가 중국 동북지역에 배치된 둥펑31이나 둥펑21, 둥펑5A 같은 미사일들을 감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국이 사드 배치의 직접적인 비용을 대겠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세계 안보 질서에 공짜 점심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중국 견제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사드 배치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모두 맥락이 같다. 여기에 한국과 북한, 필리핀과 베트남, 인도와 파키스탄 등 당사국들의 복잡한 이해 관계가 동맥과 정맥처럼 얽혀있다.

역사평설 ‘병자호란’의 저자인 명지대 한명기 교수는 일찍이 미·중·일 등 강대국들에 끼여 있는 한국의 이런 상황을 1636년 병자호란 당시 후금(청나라)과 명나라 사이의 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특히 병자호란 당시 인조와 많은 신료들이 지나치게 한 가지 ‘고정관념’에만 빠져 있었다고 지적한다. 후금은 수군이 약했기 때문에 강화도는 절대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정작 병자호란이 터졌을 때 후금 수군은 상륙작전을 감행해 강화도를 함락시켰고, 인조는 강화도가 아닌 남한산성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한 교수는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집착할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긴박한 아시아 정세는 연쇄적으로 큰 사건들을 몰고 올 수 있다. 사드 배치는 어쩌면 종착점이 아니라 대격동의 서곡인지 모른다. 미국이 피봇 투 아시아 전략을 뒤바꾸지 않는 한 한국은 앞으로도 사드 못지 않게 엄청난 선택의 기로에 처할 수 있다. 그 선택에 따라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어떤 고정관념도 버리고 한국이 한국의 이익만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찾아야 한다. 척화파와 주화파의 당파 싸움 같은 한치 앞도 못 보는 내부 분열은 가당치도 않다. 국가 안전에 대한 철학은 정권이 끝날 때마다 바뀌어서도 안되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여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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