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4분간의 경기를 마치고 매트를 내려오는 26살의 여자 유도대표 정보경은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너무 서럽게 울어서 중계를 보던 이들마저 눈시울이 불거질 정도였습니다.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부은 채 인터뷰를 하던 정보경은 “꼭 금메달 따고 돌아가고 싶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라며 또한번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4점짜리 큰 기술을 성공했음에도 무심한 심판이 2점으로 판정, 16강에서 패한 남자 레슬링대표 김현우. 그는 패자부활전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후 매트에 정성스럽게 놓은 태극기 위에서 큰절을 하다가 한없이 울었습니다. 김현우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기다렸을 가족과 국민에게 보답을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굵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자 유도대표팀 김원진도 패자부활전에서 패한 후 “코치님, 부모님, 동료들께 죄송합니다”라며 흐느꼈고 단체전 금메달 주역이 됐던 남자 양궁대표팀 김우진 역시 개인전에서 탈락한 뒤 “미안합니다”라며 감독 품에서 한동안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대회가 한창인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경기에 패한 우리 선수들이 무슨 죄인처럼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심지어 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하염없이 울며 경기장에서 나오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나요? 잘못한 것 없습니다. 스포츠는 1위 선수가 100위 선수에게도 패할 수 있는 이변이 있기에 재미를 더합니다. 만약 의외성이 없다면 스포츠는 인기가 없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이 미안해할 게 아니라 정작 선수들을 앞세워 파벌싸움하고 이익 챙기는 일부 단체들이 고개숙이고 반성해야 하겠죠.
사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사과해야 할 이들이 많습니다. 불법 건축을 통해 연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면서도 소득세는 커녕 건강보험료 한 푼 안내는 부도덕한 임대인들. 주택분양시장 교란하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들.
현장에 가면 일반인들조차 이들의 불법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단속조차 하지 않고 그저 “단속할 사람이 없다”고 핑계대며 직무유기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과세당국, 관련 공무원들.
노동자 탄압하고 몇 푼 주지도 않으면서 운전기사 무시하고 폭행하는 악덕 기업주들. 외국인 노동자 싼값에 데려와 폭언은 물론 폭행까지 하는 제조업자들. 유통기한 지나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식재료 팔고 쓰는 악덕 판매업자와 식당 주인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폭리취하고 유통질서 어지럽히는 유통업자들.
국민이 낸 세금을 받는 공복이면서도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공직자들. 권력이용해 부당이익을 챙기는 고위층들. 선거때면 “국민의 종이 되겠다”고 해놓고서 당선되면 국민위에 군림하거나 직원들 월급마저 착복하는 정치인들. 모두 고개숙여 사과해야 합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시민들의 막대한 세금으로 활용하지도 못할 시설물을 만들어 놓고 방치하는 지자체장들. 제자에게 자신의 논문을 대신 쓰게 하거나 심지어 남의 논문까지 베끼는 교수들. 영유아 어린이를 볼모로 학대하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어린이집·유치원들.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무한경쟁의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당당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대표선수들은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떤가요. 밤낮이 바뀌었지만 22년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지친 국민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데요.
미안해 할 것도 없고 고개숙일 필요도 없습니다. 편파판정으로 올림픽정신마저 훼손하는 일부 몰지각한 심판들에게 화가 날 뿐입니다. 남은 일정 후회없는 경기 펼치세요. 자랑스러운 그대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