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기업 구조개혁 성공하려면

박종구 기자
2016.08.26 04:23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대기업이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국내 100대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3년 연속 경제성장률에 못 미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가량이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시한부기업으로 도태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깊어지는 내우외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이런 견지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제너럴일렉트릭(GE)의 구조개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GM은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이었다.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다’는 표현은 GM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2008년 기름값 상승, 소비자들의 소형차 선호 등으로 판매가 격감하고 유동성이 부족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릭 왜고너 회장은 추가 유동성만 확보되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전문가 스티븐 레트너를 팀장으로 한 자동차산업 구조개혁 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490억달러가 투입되었고 GM 금융자회사에도 177억달러가 수혈되었다. 최고경영자를 교체해 에드 휘태커, 대니얼 애커슨이 새로운 사령탑이 되어 조직개편과 품질혁신에 나섰다. 폰티악, 새턴 등을 단종하고 말리부 등 신차를 출시했다. 높은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중임금제를 도입했다. 시간당 78달러인 노동비용을 2015년 54달러로 대폭 낮췄다. 6년간 노조의 파업금지도 합의됐다.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고통분담이 회사 소생의 촉매제가 되었다. 2014년 28억달러, 2015년 97억달러의 순익을 창출했다.

GE는 1981년 잭 웰치가 최고경영자가 된 이래 1, 2등 기업만 키우는 선택과 집중전략을 추구했다. 중성자탄이란 별명처럼 무능력자를 과감히 쳐내는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제고했다. ‘제조업과 금융의 결합’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GE캐피탈을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웠다. 한때 그룹 순이익의 3분의2 가량을 창출했다. 미국 3대 지상파방송인 NBC를 인수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한순간에 위기를 맞았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근본으로의 회귀’를 경영모토로 설정하고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300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매각했다. GE캐피탈은 규모를 대폭 줄였다. NBC유니버설을 케이블사업자 컴캐스트에 팔아 방송·영화·오락산업에서 발을 뺐다. 가전사업도 정리했다. 프랑스 알스톰을 인수하는 등 항공·에너지·우주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두 회사의 구조조정이 성공한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회사는 경영인의 그릇만큼 큰다”고 강조했다. GM은 릭 왜고너의 허세로 위기에 빠졌다가 재무전문가 대니얼 에커슨의 리더십으로 제품혁신과 재무개선에 성공해 소생의 기회를 잡았다. GE의 제프리 이멜트는 부동산이나 금융업을 과감히 접고 미래 경쟁력의 원천인 산업부문에 올인했다.

둘째로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 GM은 초임근로자 임금을 숙련근로자의 60% 수준으로 낮추는 이중임금제 도입을 통해 노동비용을 절감했고 6년간 파업을 금지한 덕에 산업평화를 이룩했다. 노조대표 1인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경영투명성과 노사간 신뢰기반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다. UAW 대표 론 게털핑거의 대승적 양보가 없었다면 회사 소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셋째로 회사의 핵심역량을 경쟁력 있는 부문에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이다. GM은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대형 차종과 소비자 선호가 떨어진 차종을 과감히 정리했다. 대신 고효율 중·소형차 개발에 역점을 둔 것이 주효했다. GE 역시 NBC유니버설, GE캐피탈,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제조업부문에 집중했다. 한마디로 ‘본업’에 충실한 것이 두 회사의 실적개선을 가져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 경제에 구조개혁의 속도를 내라고 충고했다. 과감한 혁신과 구조개혁만이 성장궤도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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