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학생이 무슨 죄

김성호 기자
2016.11.30 05:00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업체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공개로 다시금 역사 논쟁이 가열되면서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도입을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내년부터 국정 교과서를 도입한다 해도 문제지만 당장 검정으로 대체한다 해도 시간이 촉박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쏟아낸다. 역사교과서라는 중요한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결국 피해는 애꿎은 일선 학교와 학생들에 돌아갈 것이라는 걱정이다.

혹시나 했던 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역시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국민들이 우려한 점들이 고스란히 담겨서다. 대표적으로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해 임시정부의 의미가 격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과보다 공에 초점을 맞췄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효도 교과서’라는 비아냥도 제기된다. 게다가 베일에 가렸던 집필진의 면면은 편향성 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대다수 국민은 국정교과서 폐지에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일부 보수 교육단체마저 폐지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는 목표를 내건 국정교과서가 우편향적 시각을 담아 또 다른 역사편향 논란을 부른 형국이다. 현재로선 국정교과서가 그대로 도입될지, 아니면 검인정교과서로 대체될지 예측할 수 없다.

국정교과서가 강행되더라도 1년짜리가 되리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오롯이 그 교과서로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몫이다. 교과서 개발에 통상 1년이 소요된다. 급한 대로 기존 검인정교과서를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제때 교과서의 제본을 갖추고 배포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일선 교사들도 새로운 교과서를 사전학습하지 못하고 교육에 나서야 할 판이다.

역사는 국가와 국민 정체성과 맞물려있다. 이 때문에 역사교과서 문제는 단순히 교과서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고대사를 둘러싸고도 학계에선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아직도 그 시대를 증언할 인물들이 살아있고, 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근현대사는 자칫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부추길 화약고일 수 있다. 그만큼 역사, 특히 근현대사에 대한 접근은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올해부터 역사는 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이다. 당장 내년에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무슨 죄인가. 어떤 경우에도 어른들의 해묵은 이데올로기 갈등과 역사 논쟁에 어린 학생들이 볼모가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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