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전거 페달은 영어로 pedal이라고 쓴다. 앞 부분 'ped'는 발과 관련된 말을 만든다. 미용으로 발톱에 색을 칠하는 것은 pedicure(페디큐어)라고 한다. 조금 어려운 단어 pedestrian도 발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보행자라는 뜻이다.
말 조각의 뜻을 활용하면 단어 공부를 짜임새 있게 할 수 있다. 이 방식이 누구에게나 잘 맞는 건 아니다. 여기에 너무 빠지면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날 수도 있다.
2.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초·중·고에서 한자 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가'에 대한 결정이 있었다. 2012년 333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론이다. 재판관 9명 중 5(합헌)대 4로 합헌. 승자와 패자로 나눌 수 있겠지만 수치에서 보듯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한글 위주로 써야 한다는 쪽과 한자를 섞어서 써야 한다는 쪽의 대립은 오래 있어 왔다. 이들의 의견 충돌은 때로 감정적이어서 인터넷 댓글 토론장에선 상대를 자극하는 표현들도 오간다.
논쟁의 근본적 이유는 우리말에 한자어가 많다는 것이다. 기준에 따라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절반이 넘는 말이 한자어인 것은 사실이다.
3. 앞서 나온 영어단어처럼 우리말도 말 조각을 이용해 묶음으로 공부할 수 있다. 한자어가 많다 보니 묶기도 쉽다.
'세'는 '씻는다'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 세수, 세면대, 수세식 등과 세뇌를 묶는다면 '사람의 사상을 마음대로 바꾼다'는 뜻이 좀 더 와닿을 것이다. 洗(씻을 세)를 알았다면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단어 옆에 한자 표기가 있다면 어떤 이에겐 도움됐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자 자체를 아느냐보다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느냐이다. 일상의 대화나 기사 등을 통해 낱말의 느낌은 이해하지만 영어 단어 공부하듯 알려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4. 최근 많이 들은 말은 국정 '농단'이다. 희롱과 비슷한 뜻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한자로 쓰면 壟斷. 직역하면 '깎아 세운 듯이 솟은 언덕'이다. 한자를 안다고 해도 '이익을 독점한다'는 뜻을 알려면 사전을 뒤져야 한다. 이 정도면 너무 어려운 말 아닐까?
최근 공문서 등의 어려운 말을 쉽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한자어가 격식 있는 말이라는 편견은 아직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로'라고 잘못 쓰는 '괄호( )'는 활 묶음표 정도의 뜻이다. '→'는 쉽게 화살표라고 부르면서 활을 닮은 기호에는 한자를 썼다.
한자 사용에 대한 양쪽 주장은 결국 목적지가 같다. 말과 글은 내 생각을 잘 표현하고 의사소통하기 위해 있다. 한자 사용 논란에 앞서 우리의 언어 생활을 먼저 되짚어 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