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그 많던 중국통은 어디로 사라졌나

채원배 산업2부장
2017.01.24 05:05

"그 기사가 보도되면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요?" 최근 데스크 회의에서 '국산 분유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 사상 첫 1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기사와 관련해 논의할 때 나온 말이다.

실제 이같은 성과를 낸 유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성과를 자랑하기는 커녕 앞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유업계에도 본격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새해 산업2부장으로 발령난 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날때 마다 듣는 얘기가 '사드와 중국의 보복 조치'다. 산업2부의 출입처가 유통, 식·음료, 패션, 뷰티. 제약업종 등이어서 업체들의 걱정은 다른 곳보다 더 크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명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사드 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중국의 통상 압력은 새해 들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의 무차별적 보복은 전기차 배터리, 한국산 화장품 등 기존 알려진 상품 외에 에너지 분야 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관련 뉴스는 매일 쏟아지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카지노·여행주 등은 지난해 7월8일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급락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의 주가는 사드 발표 전날인 지난해 7월7일 6만6700원에서 지난 20일 3만1800원으로 6개월여만에 반토막났다. 화장품 대표주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기간 25.9%, 27.6% 떨어졌다.

이 지경까지 오는 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한 걸까. 중국의 조치와 관련 '우려' '유감'이라고 말한 것 외에는 한 게 없는 것 같다. 사드 배치 결정 직후만 해도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등의 해명을 하더니 탄핵 정국 이후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들어 경제부처 등에서 '분야별 소위를 만들어 통상보복에 대한 맞불 대응을 할 방침'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지만 이게 과연 대응책인지 의문이 들 뿐이다. 맞불 대응은 우리 수출 기업들을 더 어렵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외교부 뿐 아니라 정부 내 중국통이 넘쳐날 정도로 많다고 자부했던 것 같은데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로 전국을 누비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잇단 보복 조치와 관련 "얼마든지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친정인 외교부 당국자조차 (외교적 해결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중국과의 고위급 접촉 시도를 해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며 "기업들의 피해를 인지하고 다각도로 협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냉담하며, 사드 문제가 외교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 우려에도 국가 안보를 위해 다음달쯤 이사회를 열어 국방부와의 부지 교환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부는 부지 교환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올해 여름까지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중국의 보복 조치는 지금보다 더 세질 수 밖에 없다.

안보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다음 정부에서 해결책을 찾으라고 미뤄서는 더더욱 안된다. 정치에 이어 외교마저 이렇게 무너진다면 기업들은 희망의 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와 경제부처가 그 많던 중국통을 다시 모아 머리를 맞대 방안을 마련하고, 정 안되면 중국에 읍소라도 해야 할 것이다. '우려', '유감'이라는 백번의 말보다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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