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을 하자는 게 아니예요. ICT 생태계를 생각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정부가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잇단 강공 모드를 펼치고 있다. 25% 선택약정요금할인 시행을 강행키로 한데 이어 곧바로 보편요금제 도입에도 본격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15일부터 이용자들이 지원금 대신 받을 수 있는 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난감한 건 이통사들이다. 정부가 할인율 인상을 강행하면 행정소송을 검토키로 했지만 자칫 여론의 반발만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한술 더 떠 월 2만원대 요금에 데이터 약 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도 서둘러 도입하겠다며 법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기업 고유의 요금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제도 도입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속도전으로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현재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는 1400만명 수준이지만 할인율이 25%로 높아질 경우 연간 1900만명의 가입자가 이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그 요금절감 혜택은 1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반대로 이통사 입장에선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이통사들의 추가 수익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통사 실적 악화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위한 투자 위축, 이에 따른 업계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부가 통신비 인하의 부담을 어느 정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주파수 할당대가 인하 등이 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비 인하는 ‘딜(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미래 기반기술이 꽃이 필 수 있도록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LTE(롱텀에볼루션) 투자가 본격화된 지난 2012년에 통신 3사는 8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고, 5G의 경우 LTE 때보다 1.5~2배 가량의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비 인하로 이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가 위축된다면 유통망, 장비업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 등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전체 경쟁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통사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통신비 인하에 동참할테니 주파수 할당대가를 낮춰 달라는 단순 ‘딜’이 아니다. 통신비 인하가 ICT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4차 산업혁명 주무부처로서, ICT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추구한다면 이같은 업계의 목소리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