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금융권 최대 공동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행사장은 8000명이 넘는 취업 준비생으로 북적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권 인사들은 "그만큼 취직이 어려운 것"이라며 씁쓸해 했고 기자도 공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자리를 늘려주겠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 고위 공무원의 생각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최 위원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며 "금융권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회사의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수익성이 제고돼야 한다"며 △권역별 영업규제 전면 재검토 △금융업 인허가체계 개편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과 함께 온 금융위 고위 공무원도 "금융회사가 수익이 많이 나니 일자리도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적정한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영업환경을 개선하려는 금융당국의 노력은 금융회사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영업환경을 개선해 수익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금융회사는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오프라인 영업점 중심의 과거 영업 방식에서는 사람이 많이 필요했지만 비대면 거래비중이 늘고 있는 지금은 영업점도, 사람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같은 시대 흐름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최 위원장은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대고객 서비스업"이라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과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채용,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공무원은 이에 대해 "고객이 몇 십분 기다려 일 처리를 하는 건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이 고용해야 한다"고 요약해줬다.
하지만 금융의 진짜 역할은 경제 혈맥으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는 곳으로 '돈'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비대면거래가 대세인데 은행이 신입행원을 뽑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은행은 다른 곳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수익이 나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도 공감을 사기에 부족하다. 당장 '수익이 줄면 일자리를 줄여도 되나'라는 반문이 나온다. 지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방향으로는 수익이 준다고 일자리를 쉽게 줄일 수 없다. 노동법상 회사가 어렵다고 갑자기 '정규직'을 나가게 할 수 없는 구조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권에 입사하는 건 곧 30년짜리 일자리를 보장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보험료 인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을 낮추는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와 카드사는 일자리를 줄여도 괜찮을까. 이날 행사에는 17개 보험사와 8개 카드사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가 끝나고 한 외국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는 "본사에서 인력 10%를 줄이라고 했는데 신규 채용을 더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영업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본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채용박람회가 북적거리는 것 못지 않게 씁쓸한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