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전자담배 과세논란 유감

조성훈 기자
2017.09.20 04:40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과세 논란이 거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앞서 한차례 파행을 겪었을 정도다. 여야를 떠나 낮은 세율로 과세하자는 주장과 일반담배와 동일 과세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일련의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위해성 논란과 과세권이 맞붙으며 논의가 공전하고 있어서다.

필립모리스와 BAT 등 전자담배 회사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존 담배의 유해성을 낮춘, 건강에 덜 해로운 제품에 대해 왜 일반담배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혁신 제품을 개발하느라 원가부담이 큰데, 세금을 올리면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으니 세율을 낮춰 달라는 것이다.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 게 사실이라면 세율을 낮춰 서둘러 보급하는 게 국민건강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다. 실제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한다.

그러나 이는 수십년간 지켜온 과세 원칙을 무너뜨리자는 것과 같다. 그동안 국내 담배과세 체계는 유해성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애시당초 개별 담배의 유해성 정도를 따지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워 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실제 그동안 정부는 니코틴 10mg이던 1mg이건 모든 담배에 대해 개비당 동일한 세금을 부과해왔다.

죄악세인 술과 담배의 과세 체계는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각국마다 고유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해외에서 어떻게 했는지는 참고사항은 될수 있지만 반드시 따라야 할 절대조항은 아닌 셈이다. 세금문제에 정통한 기재위 조세소위가 일반담배와 동일과세를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런데도 "해외 선진국에서 그렇게하니 우리도 따라야 한다"는 일부 기재위 의원들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게다가 전자담배의 유해성 여부도 여전히 검증 단계다.

세금이 오르면 전자담배 가격이 오른다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현재 4300원인 스틱 한 갑 가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 담배회사들은 기술적 차이로 원가가 더 들어간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과세당국의 정보 요구에는 일체 협조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는 현재 전량 수입해 수입가의 40%인 관세를 부담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면 관세 부담을 덜게되는 만큼 가격을 인하하거나 그만큼 다른 세금을 올려도 무방한 것이다. 하지만 필립모리스는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세금을 낮출 경우 흡연자가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옮겨가는 효과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과세공백 속에 아이코스는 날개 돋힌듯 팔리고 있다. BAT의 글로에 이어 KT&G 마저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면 수년내 일반담배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과세원칙을 저버린 결정으로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를 대체하면, 국민은 과연 더 건강해지는 것인가. 국회가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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