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전기차 시대 전략적 준비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7.10.25 04:13

세계적으로 EV(전기자동차)화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가 휘발유차 및 디젤차의 판매금지 시기를 잇따라 밝힌 한편으로 중국, 인도도 EV화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차 환경 규제를 도입해 자동차회사들에 EV 양산을 강제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도 2030년까지 판매 가능한 차량을 EV만으로 한정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EV화 정책은 지구온난화나 대기오염을 억제하는 한편 중국 등 신흥국의 경우 자동차산업의 판을 바꾸고 자국 자동차산업을 도약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 물론 중국의 경우 석유 소비가 급증해 해외 석유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국가전략상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EV화 정책의 가속화에 따라 각국 자동차회사도 EV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5년 EV 판매대수를 300만대로 늘리고 그중 절반을 중국에서 판매할 계획을 밝혔다. EV보다 연료전지차에 주력하던 토요타자동차도 최근 중국에서 2019년부터 EV를 양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은 EV시프트는 다방면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료가 석유에서 전력으로 변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전력인프라 확충과 함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화력발전을 늘릴 경우 온난화 억제 효과가 감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EV시프트와 함께 태양광 발전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의 설치량은 2015년 50GW(기가와트)대에서 2016년에 70GW대로 급증한 후 2017년에는 정체 및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예상외로 양적 성장세가 이어진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보수적으로 봐도 올해의 태양광 발전 설치량은 80GW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90GW를 상회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높아져 정책적 지원이 약해져도 보급이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EV화와 함께 태양광 발전이 확대되는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EV와 태양광의 동시 확대를 원활히 하기 위해 기존 전력망도 혁신될 것으로 보인다. 급속충전기(50㎾급)를 이용해서 한꺼번에 2만대를 충전할 경우 대체로 원자력발전소 1기(100만㎾급) 정도의 발전설비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태양광발전은 낮에 발전이 집중되어 최근 선진국에서는 계통전력망에서 태양광발전소의 전력을 수용하지 못해 버려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낮에 사무실이나 공장, 유통시설 등에 주차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낮시간에 대량생산되는 태양광 전력을 EV에 충전해 밤에 가정 등에서 EV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하는 패턴을 구축하기 위한 전력인프라 확충이 중요해질 것이다.

 

물론 EV시프트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될지 불확실성은 있다. 스마트폰, LCD TV, CD 등 과거 신기술 혁신의 경우 10년이 소요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점차 정체·축소되겠지만 상당기간 거대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휘발유 자동차 시장에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기존 휘발유 자동차의 경쟁력 유지에도 당분간 주력하면서 집중적인 차세대 자동차전략을 통해 자원의 낭비를 억제하고 재생에너지, 전력망의 글로벌한 혁신을 주도하는 노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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