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주도의 회복국면에서 점차 신흥국을 포함한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것이다. 그동안 부진하던 러시아나 브라질 경제도 회복되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20개국(G20) 모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신흥국 경제의 회복은 다시 선진국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당분간 세계 경제의 회복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사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상향 수정한다.
미국 경제의 회복국면은 9년째 지속되고 일본 경제도 전후 두 번째로 긴 경기확장세를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조정국면이 언제 올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연구기관들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2017, 2018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 장기화에는 세계적으로 물가와 금리 안정이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장기화하고 최근 다소 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물가와 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은 각국의 임금 상승세가 미진하고 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의 안정세가 아직 크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주요국은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폭적인 금융완화정책을 실시해 경기부양에 나서 일정한 효과는 있었지만 아직 목표로 하는 2%의 물가상승률에 이르지 않아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금리상승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금융긴축정책을 과거에 비해 아주 신중하고 장기에 걸쳐 완만히 실시하는 정책 수완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각국 중앙은행이 부동산 투자신탁이나 주식 등 금융상품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의 기대를 조절하려는 새로운 금융정책도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물가와 금리의 안정세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아직 양적으로 미진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2.1%에 그쳤으며 이는 3% 이상을 기록한 과거 경기회복기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부도 리스크에 예민해진 기업의 설비투자가 장기적으로 위축됨으로써 경기회복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규모 및 전체 수요가 과거 성장추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각국 기업이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등 보수적인 채용전략을 강화한 데다 IT(정보기술) 혁명에 의한 중간 스킬 근로자의 합리화 압력 고조로 고용의 질이 부진한 것도 물가와 금리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안정적이지만 미지근한 회복세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저물가·저금리 장기화 속에서 자산시장에서 버블이 발생한 후 붕괴되고 신흥국 경제 위기와 함께 세계 경제가 다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위기에 빠질 가능성, 반대로 점차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물가와 금리의 안정기조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세계 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을 제고하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활기를 띠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임금 상승세에 힘입어서 세계 경제의 구조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현 저물가·저금리 속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의 혁신과 사업기회를 활용하려는 기업의 혁신 노력, 이러한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