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여름이었다. 취재 중 만난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가 비트코인 사용법을 알려준다며 내 계정으로 전자지갑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게 도와줬다. 간단한 몇 단계를 거치자 전자지갑에는 0.00073484 비트코인(약 500원어치)이 들어왔다. 가상통화가 얼마나 빨리 일상 속에 자리 잡을지 의문이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공인인증서 등 각종 인증 절차 없이 사용이 정말 간편했다는 점이다.
이후 잊고 살았던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다시 떠올린 건 최근 가상통화 ‘투기 광풍’을 취재하면서다. 문득 ‘나도 있었지’하는 생각에 지갑을 열었을 때 500원이 아닌 약 1만5000원이 들어 있었다. 1년 반 만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30배 가량 뛴 결과였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500원이 아니라 500만원을 사뒀더라면 1억5000만원이 됐을텐데’, ‘지금이라도 살까?’ 후회 섞인 아쉬움이었다.
가상통화 투기현상을 지적한 기사를 썼으면서도 ‘나도 한 번’이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정도로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대단했다. 며칠 만에 수백, 수천 만원을 벌었다는 주변 소식과 함께 몇 초 만에 수십 만원 씩 오르는 그래프를 보고 있자면 속된 말로 ‘눈이 뒤집어질’ 지경이 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엄청난 수익을 올려 현금을 손에 쥐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상통화 가치는 순식간에 크게 오르기도 하지만 떨어지는 폭도 크다. 더 오를 거란 욕심에 매수 시기를 놓치면 큰 손해를 본다. 이를 만회하려는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도박꾼으로 변한다.
가상통화가 태생부터 도박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금융을 혁신할 주역으로 꼽혀왔다. 실물 화폐가 필요 없고 국가 간 송금에서 수수료도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 거래 시 보안성도 높였고 일부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한 세계금융경제 질서를 완전히 바꿀 미래형 통화라는 기대도 있었다.
작금의 ‘도박판’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바뀐 결과다. 도박의 대상으로만 가상통화를 본다면 금융 혁신과 미래형 통화에 대한 기대는 난망할 뿐이다. 결국 가상통화의 운명은 사용자들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