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내 첫 7분기 연속 경제성장’, ‘20여년 내 증시 최고점 돌파’. ‘숫자’만 보면 집권 만 5년을 맞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성적표는 꽤 훌륭하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이면을 들여다본 이들에겐 환호보다 우려가 앞선다.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은 불평등 심화다.
아베 재임 기간 일본 내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도쿄의 평균 소득이 지난해 회계연도까지 5년간 7%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나라현의 소득은 감소했다. 도쿄 내 격차는 더 크다. 중심지 미나토구의 지난해 평균 소득은 5년 전 대비 23% 늘어난 1110만엔(약1억1000만원)으로 인접한 오타구의 약 3배다. 더 긴 기간으로 보면 소득 격차 확대가 뚜렷하다. 일본의 평균 명목 임금은 30년간 제자리였지만, 소득 5분위 중 상위 20%만 명목 소득이 증가했다.
소득이 늘지 않은 이들은 소비를 포기한다. 실제로 3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견인한 건 수출과 기업 투자였고,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일본의 소득 격차 확대를 다룬 기사에서 “대다수 일본인의 낮은 소득 증가율은 최근 일본의 성장이 많은 이들을 빗겨 갔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가뜩이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가족 부양에 부담을 느끼고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는 더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예전처럼 초과근무와 자기헌신을 요구하지만 여기에 상응하는 승진과 임금인상을 보장받기 어려워진 청년들은 차라리 근로조건이 열악한 계약직을 택하고 있다. 이 결과 사회 불평등은 더 심화했다.
일본의 사례는 경제성장과 관련해 '얼마나'보다 '왜'가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졌는데 체감할 수 없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뭘 위한 경제성장인지'를 묻는 게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란 질문에도 더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있다. 높은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돈 풀기'로 이뤄낸 경기부양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