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내년 1월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새로 출범할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우리은행장이 겸직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지주회사로 전환해도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은행 비중이 컸던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그래 왔다.
물론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이유가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를 확대하기 위함인 만큼 순차적으로 자회사들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출범 직후 자본비율이 은행 체제일 때에 비해 크게 떨어져 M&A(인수합병)에 쓸 실탄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당장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따로 둬야 한다는 말들이 들린다. 우리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은행장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으면서도 훌륭한 회장 후보가 있다면 검토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 지금은 회장과 행장 겸직이 상식적이라고 해서 마땅한 회장감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순수하게 이사회의 판단이어야 한다. 우리금융의 출범을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보는 접근이어선 곤란하다. 오랜만에 나온 C레벨 일자리에 부산 출신 A씨, 금융당국 고위직을 지낸 B씨 등이 뛰고 있다는 말들이 이미 금융권에 흘러 다닌다. 계파 갈등의 고질병을 안고 있는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의도가 의심스러운 회장-행장 분리 주장이 들린다.
금융권의 시선은 다시 정부로 향한다. 정부는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우리은행을 과점주주들에게 매각했다.
지금까지는 경영 불개입 약속을 지켰다. 불명예 퇴진한 전임 행장의 후임을 뽑을 때도 행장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절제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부가 우리은행 인사권에서 손을 뗐다는 확고한 믿음을 주기엔 아직 충분한 시간, 사례가 쌓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도 시험대다. 시장은 다시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은행의 가치, 다시 말해 공적자금 회수에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