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호암 두번의 실패와 성공

심재현 기자
2018.11.20 09:21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왼쪽)과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머니투데이 DB

호암이 늘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니다. 광복 전 마산에서 정미소를 차렸다가 실패했고 일본 유학은 건강 탓에 대학을 마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대구에서 '삼성상회'라는 간판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기업가의 길도 순탄치 않았다. 전후(戰後)의 정치적 풍랑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사업에 좌우되지 말고 사업을 좌우하라"는 어록이 이런 경험에서 나왔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대한민국 1세대 기업가의 인생이 녹아든 한마디다.

19일 호암의 31주기를 맞아 유난히 그가 회자되는 것은 당시와 겹치는 삼성의 녹록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이날 추모식이 열린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은 차분했지만 반세기를 이어온 이 기업은 창립 이후 어느 때보다 큰 가능성과 함께 그에 비견할 만한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장밋빛 낙관과 위기의 경고등이 교차하는 불확실성의 폭풍우 속이 삼성의 현재 좌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선 신성장동력 발굴, 사업구조 개편 같은 사업 내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외부 변수까지 떠안은 와중에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이 그리 큰 안도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재판에서 "이병철의 손자나 이건희의 아들이 아니라 선대에 못지 않은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부의 기일을 맞아 그가 다시 어떤 각오를 다졌을지 헤아리기 어렵다.

위기의 원인 진단이야 어떻든 시대를 탓하고 주변을 핑계 삼을 순 없다. 결국 돌파구는 또 한 번 기업가 정신이다. 호암의 실패와 성공을 이 부회장 역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터. 1세대를 넘어서려는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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