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를 말해야 제2의 양진호 막는다

이동우 기자
2018.11.26 04:00

[기자수첩]

“자기가 포르노 본다는 얘기를 참 길게도 써놨다.”

지난 20일 게재된 ‘MT리포트’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많은 독자들이 불법이자 일상이 된 포르노의 현실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 공감했지만, 기사 자체에 반발하는 댓글도 적잖았다. 심지어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A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들 사이에 놀이문화로 굳건히 정착한 포르노·불법촬영·불법유출영상물·야동·성폭력이 모두 한 몸”이라며 “합법화를 주장하시는 분들, 최소한의 눈치 보기도 피하겠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포르노는 계속 얘기돼야 한다. 무조건 합법화를 하자는 게 아니다. 유교 문화에 뿌리를 둔 사회 정서상 여전히 합법화는 쉽지 않다. 문제는 쉬쉬하며 논의 자체를 피하는 사이 곳곳에서 독버섯만 자라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구속)은 포르노와 디지털 성폭력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이를 통해 돈을 번다. 어느 나라에선 합법인 영상물, 혹은 피해자의 피눈물이 검은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다.

사회적 공론화가 없으니 포르노의 정확한 정의조차 없다. 음란하고 야한 것이란 두루뭉술한 관념 속에 상업적 영상물과 불법 촬영물,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등이 비슷한 급으로 뒤섞인다. 범죄 피해자의 나체를 보면서도 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기막힌 세태가 이와 무관치 않다. ‘음란해서’ 규제해야 한다는 획일적 사고에 함몰되는 순간 노출 수위가 낮은 디지털 성 폭력물을 포르노보다 덜 나쁘게 보는 경향이 생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실 포르노를 보는 입장에선 오히려 합법화가 두려울 수 있다. 웹하드에서 200원이면 시청할 해외 성인물이 합법적 경로를 거치면 가격이 수십 배 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장르가 없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에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선진국들도 그랬다. 성폭력 피해를 최대한 막고 욕망을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누구나 포르노를 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뒷짐 지고 외면하면 제2, 제3의 양진호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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