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로페이 '착한소비'서 '편한소비'로 거듭나야

고석용 기자
2019.03.12 18:36

“너무 의도적으로 비판하지는 마세요. 좋은 사업이잖아요.”

제로페이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서울시 한 담당자의 말이다. 공무원이든 여당 관계자든 제로페이의 사용이 저조하다는 점을 언급하면 대부분 이같이 반응한다. 좋은 취지의 사업인데 언론에서 사업의 단점만 부각하고 있다는 항의(?)다.

윤준병 서울시 부시장은 지난 1월 제로페이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잇따르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의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언론이 신용카드사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관치금융이라고 매도한다”며 “사회적 약자인 자영업자에게 카드수수료를 제로화할 수 있다면 이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정부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오랫동안 사업을 준비한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담당자들의 이 같은 인식은 제로페이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로페이를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제로페이가 어떤 취지로 탄생했는지 큰 관심이 없다. 얼마나 편리한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가 더 큰 관심사다.

현재 제로페이는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 불편하다.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설치된 QR코드를 인식해 결제하는 방식은 낯설고 복잡하다. 그렇다면 할인혜택이라도 파격적이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제로페이 소득공제와 공공시설 할인을 약속했다.

하지만 소득공제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공공시설 할인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조례개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발의된 개정안에 나온 소득공제 한도도 400만원에 그쳐 애초 서울시가 홍보한 혜택(500만원)보다 낮아졌다. 이조차도 원안대로 통과될지 미지수다. 조례 역시 아직 개정 중인 상황이어서 3월 현재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공공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광고한 서비스가 시행 3개월간 “회사 사정상 혜택을 준비 중”이라고만 한다면 이를 이해해줄 소비자는 없다. 제로페이에 대한 비판은 정치세력이나 신용카드사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제로페이는 그 어떤 비판이나 누구의 독려 없이도 ‘저절로’ 확산될 수 있다.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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