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소위 ‘중국판 제2의 나스닥’이라는 커촹반이 지난 6월13일 개설됐다. 2009년 10월 오픈해 ‘중국판 나스닥’으로 인기를 모은 선전의 촹예반에 이은 두 번째 첨단기술 전용 거래소다.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언급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개설돼 서두른 배경에 관심이 많았다.
왜 이렇게 서둘렀나. 시장에선 무엇보다 미중간 첨단기술전쟁을 첫째 요인으로 꼽는다. 화웨이를 필두로 미중 기술패권다툼이 격화하면서 중국 첨단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중국 첨단기업들로부터 ‘펀딩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렵다면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해 거래소에서 자금을 조달토록 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둘째, ‘상하이 국제금융허브 추진계획’의 일환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상하이를 뉴욕 다음 가는 국제금융허브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매주 2~3곳 탄생하는 현시점에서 첨단기술주 거래소 개설은 국제금융허브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물론 선전 촹예반과의 경쟁을 통해 중국 첨단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을 조기 해소함과 동시에 해외자본 유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도 바닥에 깔려 있다.
그럼 커촹반의 주요 특징은 어떤가. 첫째, 상장 시 당국 관여가 다른 보드에 비해 대폭 완화됐다는 점이다.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의 메인보드, 선전증권거래소의 중샤오치예반, 촹예반 등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발행심사위원회가 상장심사 및 인가를 맡고 있다. 말하자면 심사인가제다. 상장 여부, 상장시기, 가격적정성까지도 광범위하게 심사한다. 반면 커촹반은 등록제다.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커촹반 주식상장위원회(회계사, 변호사, 교수, 시장관계자, 감독기관 등 38명의 위원)가 상장기업이 상장요건과 상장기준을 만족하는지를 주로 심사한다. 그만큼 당국이 관여할 여지가 적단 얘기다.
둘째, 상장기준 완화다. 다른 보드에선 기업매출이나 이익이 일정규모에 도달해야 상장할 수 있지만 커촹반에선 예컨대 이익이 적자라도 상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또한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제도도 도입했다. 셋째, 거래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다른 보드는 가격제한폭을 최대 10%로 하지만 커촹반에선 이를 20%까지 확대했고 상장 시 주가도 지금까진 최대 실적 PER(주가순수익비율)의 23배까지 허용했지만 앞으론 배수제한도 폐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넷째, 제한 내지 부담요인도 있다. 우선 하이리턴, 하이리스크 시장인 만큼 시장참여자에게 비교적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투자자는 거래자산이 50만위안(약 8500만원) 이상, 거래경험도 2년 이상이어야만 가능하다. 상장폐지도 다른 보드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다. 다른 보드는 상장폐지 위험 경고, 상장 잠정정지, 상장폐지 순으로 진행하지만 커촹반의 경우 상장폐지 경고 후 상장 잠정정지 없이 바로 상장폐지된다.
상장 추진 상황은 어떤가. 6월25일 기준 125개 기업이 커촹반에 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상장심사 수리단계는 14개, 수리 후 자문단계는 89개사, 심사통과는 7개, 등록신청은 10개, 등록인가는 저장항커커지, 쑤저우화싱위안촹커지(華興源創, HYC) 등 4개라고 한다. 이중 제1호는 중국 디스플레이·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 화싱위안촹으로 8월 상장 예정이라고 한다. 벤처창업과 기술주 거래소인 코스닥 붐에 관심이 있는 우리로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