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유행가 가사에 이의를 제기할 통계가 얼마 전 발표됐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내놓은 ‘2016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순수 노동소득만으로는 일생동안 평균 5억원 가까운 적자를 본다. 태어나서 26살까지 4억6098만3000원 적자를 보다 27~58세에 흑자 2억9540만4000원을 낸다. 퇴직할 때인 59세부터는 3억2596만9000원 적자다.
노동만으로는 인생은 ‘수지 안 맞는’ 장사인 것이다. 빚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불로소득’이 필요하다. 여기서 ‘불로소득’이란 노동소득의 여집합을 말한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고, 나라의 신세도 지지 않으려면 흑자를 보는 기간에 투자를 잘 해야 한다. 예·적금을 넣기엔 이자가 턱없이 낮고, 주식은 불안하다.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서 보듯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는 듯하다. IMF 이후 평생직장도 사라졌고, 수명은 늘어나 일 못할 기간을 대비해 돈을 불려야 하는 이유는 더 많아졌다.
그나마 수익률을 웬만큼 기대할 수 있고 아직 ‘불패신화’라는 말이 통용되는 곳은 부동산뿐이다.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의 배경에는 이런 투자 수요가 분명히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부동산 폭식증으로 나타났다.
너도나도 부나비처럼 부동산에 몰려들고 그럴수록 강남 아파트라는 희귀한 튤립의 가격은 올라간다. 광의의 통화 M2가 지난해 기준으로 2000년에 비해 400% 이상 증가해 시중에 돈은 넘치고, 고소득층의 소득도 계속 증가한다. 이에 비해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강남 아파트는 공급이 정해져 있다. 약간만 수요가 늘어도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정책과 분양가 상한제로 부동산 매물을 더 줄였다.
재산이나 소득이 있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 재산의 가치가 크고 소득이 많을수록 사회에서 입는 혜택도 더 크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자산가와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징수에 ‘징벌적’이라는 가치평가가 개입된 수식어를 넣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어느 한 자산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문제된다면 다른 투자를 선택할 수 있게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보유세를 높였다면, 양도소득세나 거래세를 낮춰 길을 터줘야 한다. 일부 여권 관계자들이 모세처럼 떠받드는 헨리 조지조차도 토지(건물을 제외한) 단일세를 주장하면서 소득세를 비롯한 다른 세금은 모두 없애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을 주장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연거푸 실패한 것은 왜 오르는지 진지한 고민이 없이 부동산 상승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 이들의 박탈감을 치유하는 것에 1순위 목적을 뒀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이 국민에게 행복추구권, 즉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행복 자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부동산 투자를 적폐로만 몰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례에서 보듯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적들만 확인할 뿐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원한다면 교육제도, 노동제도, 복지제도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있어 고민을 더 해야 한다. 다른 쪽이 고장나 부동산 이상 급등이라는 증상이 나타났는데, 화살을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다른 문제에 대한 책임 회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