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동안 원구성을 하지 못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를 심사'할 권한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해법으로 법사위의 심사권한을 없애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연 법사위의 심사권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법률은 체계상 헌법보다 하위규범이며 명령, 규칙보다 상위에 있다. 따라서 그에 걸맞는 체계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법률은 헌법에 위배될 수 없다. 헌법에 어긋나면 위헌법률이 되어 효력을 상실한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사항일 경우에 더욱 엄격하다. 법률로 정할 사항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도 금지된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법리에 정통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러니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그 법안이 반드시 헌법원칙과 논리체계 및 어문법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있고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도 있지만, 이들에게 국회의원은 상위 입법기관인 '갑'이다. 의원 입법이 정부가 제출한 법안보다 체계와 자구가 부실한 것도 전문성과 중립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
부실한 입법의 사례를 보자. 요즘처럼 오전 5시면 세상이 훤한데도 가맹사업법 시행령은 그 시간을 '심야 시간대'로 규정한다. 날이 밝았는데 한밤중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가맹 사업법에 그 원인이 있다. 24시간 영업을 기본으로 하는 편의점 영업방식을 와해시키며 가맹점주들 편을 들기 위해 속칭 '가지치기' 방식으로 해당 근거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편의점 주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편의점이 심야시간에 문을 닫으면 그 시간에 소비자는 그 점포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을 겪는다. 유통관련법에 소비자인 국민이 완전히 배제되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특정 계층의 조직화된 상인들을 위해, 보다 정확히는 그들의 환심을 사서 표를 얻을 목적으로, 소비자인 전체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의정활동을 감행한다.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국민이 아니라 상인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의 결함'에 큰 관심을 보이는 여러 소비자단체도 편의점 영업시간 규제와 같이 '법제의 결함'에 따른 소비자 불편에는 침묵하며 그러한 국회의원을 지지한다. 누구를 위한 단체인지 때로는 혼란스럽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법사위의 심사기능이 폐지될 경우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률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게 문제다. 우선 자구나 체계에 대한 검증기능이 약화된다. 또 단기적 효과나 소관사항에 국한된 이해 관계에 치우쳐 장기적 부작용과 사회 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놓칠 수 있다. 이해집단의 로비에 휘둘릴 가능성도 커진다. 상임위 간에 충돌하는 법안이 통과돼 전체 법질서 차원의 조화를 해친다. 상하 양원제라면 잘못된 법안을 시정할 기회가 있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단원제이다.
요컨대, 법사위의 심사기능은 유지돼야 한다. 다만, 그간의 잘못된 운영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정파적 이해에 빠져 흠 없는 법안 심사를 지연하거나, 흠 있는 법안을 졸속으로 심사하는 등의 행태는 척결돼야 한다. 그간 양당이 그러한 흑심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탐했다면 마땅히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 눈은 어느 당이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특히 여당은 이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