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1위 프리챌' 단숨에 무너뜨렸던 싸이월드, '그때의 교훈'

유동주 기자
2020.06.26 08:41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싸이월드 로고 / 사진제공=싸이월드

"싸이월드 클럽서비스는 평생 무료입니다"

싸이월드가 2002년 11월 커뮤니티 서비스 업계 1위였던 프리챌의 유료화 선언 후 홈페이지에 내건 공지다.

싸이월드는 서비스 시작 때부터 무료라고 공지했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점을 회원 유치 전략으로 내세웠다.

당시 인터넷 업계에서는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를 입버릇처럼 얘기하더니 정작 경쟁 업체가 유료화로 어려운 틈을 타서 자기 잇속을 차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누군가는 '하이에나 같다'는 비유까지 했다. 동종 업계 선두주자가 비틀거리는 틈을 타 달려들어 회원을 빼앗으려는 모습이 마치 하이에나 같다는 것이었다.

싸이월드의 회원 뺏기 전략은 다분히 약탈적이었다. 프리챌 클럽 게시판 게시물을 싸이월드 클럽 게시판의 글로 업로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물론 다른 업체 몇 곳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했지만 싸이월드가 대표적으로 프리챌 유료화 역풍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 프리챌은 당시 회원 1000만명대로 네이버·다음과 겨룰 정도였고 커뮤니티(동호회) 서비스는 단연 1위였다.

온라인 서비스는 ‘공짜’로 인식되던 당시, 프리챌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유료화’에 흔들리고 반발할 때 듣보잡 ‘싸이월드’의 '무료 커뮤니티 이사'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의리’로 프리챌에 남은 회원과 커뮤니티도 많았지만 결국 절반이상인 수백만의 회원이 이때 싸이월드로 떠났다.

프리챌 유료화 실패를 기회 삼은 싸이월드

이 사건은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프리챌이 '유료화'라는 피할 수 없는 방울을 소비자 목에 소리없이 다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싸이월드에 회원을 뺏기면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의 유료화 모델은 뒷걸음질 쳤다. 중독성 강한 게임 아이템 외엔 유료화가 어렵다는 게 실증됐기 때문이다. 돈을 안 내고 버티면 다른 공짜 서비스가 나타난다는 학습도 이뤄졌다.

프리챌_로고 / 사진제공=프리챌홈페이지

싸이월드는 프리챌 회원을 약탈적으로 뺏어간 후 그 다음해 SK그룹에 회사를 넘겼다. 아주 작은 회사였던 싸이월드는 프리챌의 수백만 회원을 받아들일 준비(예를 들어 서버 등)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회원을 채갈 욕심에 무턱대고 ‘무료 이사’ 서비스로 프리챌에 있던 콘텐츠를 싸이월드 클럽에 옮기고 회원들을 가입시켰다. 싸이월드가 급증한 회원수를 기반으로 대기업에 회사를 넘길 것이란 예상이 있었고 그대로 실현됐다.

18년 전 선두주자 프리챌을 딛고 일어선 싸이월드가 폐업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폐업 상태에 있은 지는 오래됐다. 미니홈피 콘텐츠 다운로드 논란을 계기로 새삼 싸이월드의 현재 상태가 주목받을 뿐이다.

주 사용자였던 30~40대들 상당수가 싸이월드를 그리워한다. 그 안에 남아 있는 아름답게만 추억되는 사진과 글 등 이제는 꺼낼 수 없는 콘텐츠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초기 성공은 아릅답지 않았다.

싸이월드에 회원을 뺏긴 프리챌은 망조가 들었다. 그 시점에서 프리챌은 동력을 상실했다. 창업자(현 싸이월드 대표인 전제완)의 구속과 회사 지배구조가 여러 번 바뀌는 등 이후 프리챌이 실제로 망하는 데는 몇 년 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주요 사건들은 모두 이때의 부산물일 뿐이다.

'법'에 무지했던 개발자들의 회사 '프리챌'

돌이켜보면 2002년 싸이월드 등의 약탈적 공세에 프리챌의 대응은 너무 무력했다. 분명 막을 방법은 있었다. 자사의 서버에 접속해 콘텐츠를 빼가는 타사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둘 정도로 당시 프리챌 경영진은 ‘법’에 무지했고 순진했다. 게시물 저작권은 이용자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프리챌 서버에 타사의 프로그램을 접속시켜 콘텐츠를 빼가는 게 허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만약 지금 네이버가 어려움을 겪을 때 카카오에서 콘텐츠를 빼가는 프로그램을 내놓는다면 네이버가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즉각적으로 가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하지만 18년 전 인터넷 업계는 순박했고 '기술엔 기술로 대응한다'는 정도의 개발자 우선주의가 팽배했다. 프리챌엔 카이스트 출신의 개발자들이 즐비했다. 어쩌면 그 개발자들의 자만과 순진함이 프리챌에서 회원을 빼가는 싸이월드를 용인한 셈이다. 프리챌은 그 사태 전후로 싸이월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현재의 IT업계 분위기라면 상상 못할 일이다.

동아리 규모의 소기업 싸이월드에 비해 수백명의 임직원들로 북적대던 프리챌이 싸이월드의 도발과 훼방을 법적으로 기술적으로 막을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제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프리챌 경영진에게 법적 조언을 제대로 해줄 전문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흐른 뒤, 대기업 품안에서 도토리나 팔던 싸이월드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밀려 모바일 시대에 적응 못하고 하락세에 들어갔다. SK는 손을 뗐다. 몇년 뒤 종업원주주형태로 운영되던 싸이월드를 인수한 건 프리챌 창업자였다.

그 당시 '무료 이사'라는 명목으로 남의 회사 서버에 접속해 콘텐츠를 빼오는 방법을 고안했던 싸이월드 멤버들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SK는 지난해 카카오택시가 유료화에 나섰다가 휘청이는 사이 T맵택시를 내놓았다. 프리챌 유료화를 기회로 싸이월드가 회원을 뺏어 키운 뒤 SK에 매각한 과거사와 매우 닮았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자신의 사업을 지키기 위해선 '법'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프리챌의 흥망에서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한다.

싸이월드 폐쇄를 앞두고 '콘텐츠 다운로드'에 관심이 크다. 남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다운로드'하는 프로그램을 내세워 회사를 급성장시킨 싸이월드의 종료 시점에 '다운로드'가 걸림돌이 된다는 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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