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

정유신 기자
2020.09.08 05:25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에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에 대한 대응책, 올해 들어선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화 가속화로 이에 걸맞은 디지털화폐가 필요한 점 등을 꼽았지만 최근 시장에선 ‘미국의 대중국 금융공격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란 의견이 나온다.

그 계기는 물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홍콩보안법)에 대한 미국의 홍콩자치법 서명이다. 홍콩자치법은 홍콩보안법에 대한 일종의 보복법안으로 홍콩 자치를 훼손한 중국 본토 및 홍콩 관련자들은 물론 홍콩 은행들의 달러 조달까지 제한해서 홍콩달러와 위안화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홍콩보안법을 지지했단 이유로 한때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달러 조달 제한을 검토했단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내심 더욱 경계하는 건 미국이 사실상 지배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한 ‘보다 광범위한 달러결제 제한 가능성’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SWIFT는 현재 200여개국의 무려 1만1000개 금융기관을 회원으로 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국제결제 및 송금시스템. 그만큼 금융 자체뿐 아니라 결제를 통한 상품교역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진 주로 테러지정국에 대해서만 달러표시 결제대금 송금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게 중국 정부의 우려인 듯하다. 왜냐면 이번 ‘홍콩 은행의 자금조달 제한 검토’ 보도 이후 일부 법률전문가 사이에선 테러지정국뿐 아니라 환율조작국에 대해서도 달러표시 결제송금을 제한할 수 있단 의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2015년 제정된 미국의 ‘대통령 무역촉진권한법’(TPA)을 꼽는다. 이들의 법 해석에 따르면 환율조작국으로 인정된 국가와도 ‘무역전과 금융전을 동시에 치를 수 있는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달러표시에 관한 한 금융과 실물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면 중국으로선 발빠른 대응이 불가피하다. 당장은 국제사회의 비난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서 달러 거래를 제한할 확률은 낮겠지만 미중 갈등의 격화와 미 대선의 상황 전개에 따라선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내부에서 급속히 논의되는 방안이 디지털 위안화의 발행과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통한 위안화의 국제화다.

 

디지털 위안화는 지난 4월 이후 선전, 쑤저우, 청두 등 거점도시에서 4대 국유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예금과 인출, 송금, 결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예금계좌 없이 쓸 수 있어서 은행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빠르고 수수료도 싼 장점이 있다. 이를 해외거래에 적용하면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중국과 러시아가 물건을 사고판다면 지금까지의 러시아 루블화를 달러, 다시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는 비용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위안화 중심의 안정적인 국제결제시스템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이는 게 CIPS다. 중국 정부가 2015년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바스킷에 참여시킨 후 같은 해 설립한 중국 주도의 국제은행간 결제시스템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97개국의 금융기관(중국 포함 아시아가 70%)이 참여할 정도로 성장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아직 진행형이고 CIPS의 하루 평균 결제액은 현재 1357억위안(약 23조원)으로 SWIFT의 1%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대세는 디지털인데다 코로나19 때문에 돈에 손을 대지 않으려는 수요도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송금에 2~3일이나 걸리는 SWIFT보다 훨씬 빠르고 싼 결제시스템을 디지털 위안화와 CIPS를 통해 구현하면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중국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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