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의 착시, 원금의 습격 [우보세]

박준식 기자
2021.04.02 04: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노인 복지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어르신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1.4.1/뉴스1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불리해진 여당이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들고 나왔다. 선거를 앞두고 19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원금 명목의 돈을 뿌리더니 LH 사태가 터져 예상치 못한 궁지에 몰리자 집까지 책임지겠다고 공언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전국민의 주거를 책임지는 자본주의 사회는 없다. 일부 공산국들이 주거를 책임지겠다고 시도했는데 가보면 집이 아니라 감옥 수준이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개방 전 베트남에서도 폭이 4m가 넘지 않는 일률적인 꼬꼬마 집들이 주거촌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미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임대주택으로 이른바 '쇼'를 벌였다가 거센 지탄을 얻었다. 대통령이 "아늑하다"던 그 집은 하루 보여주기를 위해 4000만원이 넘는 인테리어로 치장했던 쇼룸에 불과했다. 실제 서민 임대주택이 그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제와 더 참을 수 없는 건 그 쇼를 LH와 국토부가 기획했다는 것이다. LH 어떤 관계자들은 관련 신도시 택지부지를 선투기 해놓고 대통령을 들러리 세워 임대주택을 홍보한 셈이다. 서민들을 유혹한 LH의 행태에 청와대·국토부도 놀아난 꼴이다.

이런 투기행태는 LH 뿐만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LH는 10년전 세종시 개발 이후 대형 신도시 사업을 하지 못해 굶주려(?)왔다. 최근 알토란 같은 서울 수도권 개발은 SH공사가 주도했다. 지금은 LH만 타깃이지만 SH까지 넓히면 썩은 행태는 예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과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돈을 풀어왔다. 마스크가 떨어지자 공공매입으로 해결해 180석을 얻어냈고,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재난지원금을 마구잡이로 풀어 민심을 다독였다. 이번 선거도 여권 인사의 부정으로 보궐이 된 것인데, 직전에 관료들을 압박해 19조원이나 추경을 강행했고 그 재원으로 지원금을 뿌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제 안다. 그 재원이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임을. 결국엔 국가부채가 늘어나 우리 아이들의 부담이 커질 거라는 사실도 우려한다. 우선 급하니까 받지만 이대로 받기만 한다고 사정이 나아질 거란 희망을 갖지 않는다. 나랏빚으로 만든 그 돈은 돌고 돌다가 가진자에 몰리고, 부자들은 다시 희소한 자원인 부동산에 묶어둘 것임을 경험적으로 예상한다.

빈익빈 부익부이지만 고작 집 하나 있는 중산층에게도 나랏빚 부담은 전가된다.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세금은 매년 폭탄처럼 떨어지고 있다. 집값을 책임지겠다던 정부가 아마추어 정책을 퍼부어 가격만 잔뜩 올려놓고는 공시지가를 현실화 한다며 세원을 늘리는 행태는 아연실색할 만하다.

지난해 180석을 차지했던 여당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고전하는 까닭은 국민들이 이런 순환고리를 깨닫게 된 때문이다. 야당 후보가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여당의 행태가 못미더운 거다. 그런데도 서울시장이 되면 다시 10만원씩 돈을 뿌리겠다고 하고, 원내대표란 사람은 묶어놓은 대출규제를 표밭인 20~30대 무주택자들에게 풀겠다고 유혹한다.

불어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대책을 내겠다던 금융위원회는 눈치만 보고 있다. 여당이 대책에 자꾸 예외를 만들어대니 결과물은 갈수록 누더기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미뤄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규모는 130조원이 넘는다. 이자만 내게 하거나, 아예 원금은 물론 이자상환도 유예해줬고, 3월까지이던 만기도 반년 더 연장해줬다. 코로나 시국에도 은행 연체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은 그래서 착시다.

하반기부터는 백신 효과로 코로나가 가실 수 있겠지만 금리가 오르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부채의 착시를 일으켰던 이자가 늘어나고, 원금마저 습격처럼 밀려올 게 분명하다. 가진자들은 코로나가 풀렸다며 보복소비에 나서겠지만, 서민과 빈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되돌아온 빚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분노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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