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네이버 창사 이래 최악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25일 분당에서 들려온 비극적 소식은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다. 국내 대표 IT(정보기술) 기업인 네이버 내부에서 20년 넘게 곪은 환부가 세상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빠른 성장의 이면에서 구성원들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사건을 처음 제보받고는 고민이 컸다. 한 인격체의 죽음이 가십으로만 흐를까 걱정스러웠다. 여기에 더는 피해자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유족의 전언은 보도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아픔의 당사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고통까지 헤아리는 상황, 왜 불행은 착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지 원망스러웠다.
네이버는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열흘 넘게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노조는 위계에 의한 과도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 언행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숱한 문제 제기에도 회사와 경영진이 이를 묵살했다고 지적한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에게도 보고가 됐다는 발표는 귀를 의심케 했다.
이제 모든 시선은 사측을 향한다. 모호한 결론은 IT 업계에 만연한 갑질과 괴롭힘을 알리고자 한 고인의 뜻을 거스르는 셈이다. 창업주의 최측근이라는 면죄부는 통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벤처 시절부터 함께 성장한 이들의 '끼리끼리 문화'가 근본적 원인임을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돈독한 형제애로 운영되기에는 네이버가 너무 큰 기업이 됐다는 점이다. 비주류로 눈총을 받던 시절을 지나, 어느덧 매출 5조원에 시가총액은 60조원에 육박한다. 취준생들은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주저 없이 네이버를 꼽는다. 커버린 덩치에 걸맞은 인사 원칙과 노무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네이버의 결론은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카카오와 게임 업계 등에도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판교의 꺼지지않는 등대'(늦은시간까지 과로를 시킨다는 의미)라는 오명으로만 남아서는 안된다.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앞둔 네이버는 사건에 대한 공정한 처리로 조직 결속력을 다잡고 IT 경쟁력을 이어가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