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플랫폼' 금융 [우보세]

박준식 기자
2021.08.10 03:0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KB금융을 제치고 금융대장주(株)에 등극했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주가는 20%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고 있다. 2021.8.6/뉴스1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가 셀러리맨 연봉 2.7배를 이른바 '마통(한도신용대출)'으로 뚫어주려다가 당국의 사전제재를 받았다. 몇 년 전까지 금융권의 암묵적 한도는 대략 연봉 만큼이었는데, 이게 코로나 위기 전후로 2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40~60대 고신용자는 자금이 필요하면 금리쇼핑을 한다. 여유 있는 자가 예상치 못한 급전이 필요한 때문이니 이자가 싼 곳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저신용자는 한도쇼핑을 한다. 당장 돈이 필요한데 대출해줄 곳은 많지 않으니, 이자에 관계없이 될 수록 많이 빌려주는 곳을 찾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융사고는 이렇게 내일의 부담을 개의치 않는 이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

금융권이 대출자산을 늘리면서 타깃은 20~30대 신용 수여자들로 집중되고 있다. 고위험에도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이른바 MZ세대를 공략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흐름이다. 하지만 자연스레 이들의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배경은 복잡한 게 아니다. 유동성의 시대에 보수적인 은행마저 고삐가 풀렸으니 저금리 부작용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30대 초반에게 리스크 관리를 기대하긴 힘들다. 사회생활은 길어봐야 평균 5년 안팎. 그 기간 코로나19(COVID-19)가 왔다. 이벤트는 오히려 공격적인 젊은이들이 리스크 투자를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지난 2년 간 주가지수는 더블로 뛰었고, 암호화폐 시장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가만히 있던 이들만 벼락거지가 된 셈이다.

유튜브에는 젊은 졸부들이 넘친다. 자칭 투자 구루(Guru)로 제자(?)를 모집하는 20~30대 초반이 수두룩하다. 지난 2년간 30~50억원을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벌어 이른바 '파이어(조기 퇴직,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 됐다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근로의욕이 생길리 만무하다.

정부의 최대실책은 질풍노도인 이들에게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꼰대 소리마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로 집값이 폭등하자 "어차피 월급으로는 집도 못사는 게 아니냐"며 초고위험 투자가 합리화되고 있다. 내 인생 걸고 하는 '빚투'를 막는 건 '사다리 끊기' 아니냐며 반발하는 거다.

이 시기에 금융당국은 인터넷 뱅크를 금융시장 혁신도구로 점찍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을 했는데 토스마저 은행 인가를 받아 격전이 예고된다. 당국은 이들을 중금리 대출 시장으로 떠민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이 먹고살던 시장에 인뱅들이 뛰어들면 영업전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대출한도 경쟁이 스마트폰 안에서 펼쳐지면 1,2,3금융권 경계도 무너진다.

플랫폼 대출의 위험성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관리돼온 바운더리가 무의미해진다는데 있다. 20여년전 신용사회를 만들겠다며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까지 한장에 1만원, 2만원씩 주고 카드를 만들어줬던 기억의 잔상이 떠오른다. 핀테크와 빅테크 어플리케이션 이벤트에서 그런 기시감이 든다.

갚을 수 없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를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정책은 결국 '약탈적 금융'을 키우는 것이다. 플랫폼에 접수된 택시들이 늘면서 택시비가 오르는 걸 보면 그런 걱정이 기우는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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