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대한 무모한 도전[오동희의 思見]

오동희 기자
2021.08.23 05:30

정부 여당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자충수를 서슴지 않고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얘기다.

허위 또는 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일명: 언론재갈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킬 태세다.

허위와 조작 보도를 막자는 대의에 반대할 이가 누가 있을까. 다만 이런 죄에 대한 처벌은 현재 형법의 명예훼손죄(제307조)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제309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제70조) 등에 의해 가능하다.

현시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재·개정할 때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특히 이번 법 개정안에는 '기본권 침해'와 함께 '법의 형평성 결여', '법의 모호성 한계'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우선 '표현의 자유' 문제다.

민주주의 상징으로 불리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는 "의회는 (중략)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중략)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돼 있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정치집단이 시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권을 무력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 민주주의의 제1원칙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좋은 표본이다.

언론에 의한 피해 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향후 언론을 통한 피해자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그 누구도 자유로운 발언을 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제한이라도 그 파장은 크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두번째는 이 법의 '형평성 결여'문제다.

이제 'OO일보나 XX신문'이 여론을 형성하던 시대는 지났다. 유튜나 1인 미디어 등 '모든 시민이 기자'인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시민의 피해 정도는 기존 미디어나 개인미디어나 상관 없는 시대가 됐지만 개정안은 이를 포괄하지 못해 형평성과 범용성을 잃었다.

또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외에도 대기업 임원이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도록했다. 문제는 민간기업이나 기업인이 자신의 피해구제를 요청하지 못하도록 할 이유는 없다. 이 또한 법의 형평성을 벗어난 것이다.

세번째는 법의 '모호성 문제'다.

형법은 명확해야 한다. 민사소송은 민간 당사자간 다툼의 문제지만, 형사소송은 국가(검찰)와 피의자 개인간의 소송이다. 힘의 균형이 국가로 쏠려 있는 만큼 정부나 법원의 자의적 해석이 불가능하도록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손해액의 5배를 징벌적으로 배상토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손해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기 이를데 없다.

'허위와 조작보도'의 개념부터 불투명하다. 어느 한쪽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것이 다른 쪽에서는 진실일 수 있다. 우리가 정의라고 부르는 것도 다른 쪽에서 보면 부도덕이고 부정의일 수 있다. 오죽하면 철학자 니체도 "정의나 도덕은 해석이다"라고 했겠나.

진실을 찾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표현의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다면 그 후과는 뻔하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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