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출산율과 최고속 고령화에 대한 우울한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인구감소에 관한 암울한 시나리오가 넘쳐난다. 50년 뒤면 65세 이상 노인들이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한다는 끔찍한 보고서도 있고, 21세기 말에 우리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극단적 경고도 나온다. K팝에 이어 또다른 K팝(population)이 난리다. K자 모양도 저출산과 초고령화 양 극단을 표시하는 형상이다.
1789년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위기를 경고한 인구론을 발표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까지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했다.
한때 셋째 아이는 의료보험 혜택을 박탈하는가 하면 한 집 건너 한 자녀를 갖자는 황당한 주문도 나왔다. 그런데 인구론 출간 당시 세계 10억 인구는 지금 80억 인구로 증가했지만 인류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하고 풍족한 삶을 누린다. 오히려 한 나라의 국력은 인구수라는 개념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대한민국도 불과 20년 만에 인구정책이 180도 바뀌었다. 3명 낳으면 아파트 청약 영순위에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심지어 엄격한 산아제한 정책을 유지한 중국조차 올해 3자녀를 허용할 만큼 인구증가에 총력전이다. 결과적으로 '인구론'은 200년 경제학 역사에서 가장 '유명하게 틀린' 이론이 됐다. 이제 저출산은 '국가의 조용한 사망'과 동일시된다.
그런데 AI(인공지능)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구가 여전히 국력에 결정적 요소인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무인화 시대에 남아도는 소위 '잉여인간' 대책이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이제는 인구증가=국력이라는 공식을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한일합방 당시 남북한 인구가 1000만명 이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과 재외동포를 고려하면 대략 8000만명이 된다.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 150년간 인구가 2.5배 정도 증가했다. 이에 반해 불과 100년 새 7배나 폭발한 우리나라는 사실 상당 기간 조정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역사적으로도 패권국가들은 '쪽수'로 부상하지 않았다.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굴복시킨 것도, 로마의 지중해 제패도, 몽골의 세계제국 건설도, 청나라 8만 팔기군이 7000만 명나라를 접수한 것도 쪽수의 승리가 아니다. 국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구의 대소가 아니라 정보와 전술, 기술이 결정한다.
이제 우리나라 웬만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최적화돼 있다. 당연히 내수시장 규모가 과거처럼 중요하지 않다. 한 국가의 미래는 단순 인구 수보다 고급인력 풀(pool)의 크기와 (노령인구 포함) 유효경제활동 인구에 달렸다. 따라서 저출산은 잠시 접어두고 청년 실업자와 노령층 리사이클링(Recycling)에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실업과 노후가 걱정없는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 출산율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21세기 인구론을 재정립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