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휴가철인데도 국제 금융시장이 조바심을 내곤 한다. 세계 통화정책 전문가들이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 잭슨홀에 모여 연례회의를 열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특히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앞두고 그 실마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이 자리에서 테이퍼링을 직접 시사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을 초래한 탓이다.
이번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의 포문을 열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도 이런 염려는 기우에 그쳤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평가, 곧 연내 테이퍼링을 개시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또 테이퍼링을 금리인상과 직접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9월 테이퍼링 개시설이나 내년 조기 금리인상설에 대한 우려를 완화한 것이다. 실제로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도 미미했다. 코로나 충격이라는 전인미답의 환경에서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은 셈이다.
잭슨홀 미팅을 두고 시장의 관심은 파월의 테이퍼링 언급에만 쏠렸지만 본래 이 회의는 통화정책, 나아가 거시경제정책 운용의 향방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논의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에도 '불균등 경제에서 거시경제정책'을 주제로 코로나라는 초유의 충격이 내포한 불균등한(uneven) 속성, 또 이에 맞선 정책평가와 대안모색이 쟁점이었다. 파월의 기조연설 외에도 4개 세션과 2개 패널토론 등으로 진행됐는데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당장의 테이퍼링 향방에 대한 지침 이상으로 오늘날 경제환경 변화 및 정책운용과 관련된 좋은 문제의식이 많다.
우선 과도한 통화완화가 자원 재배분을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조기긴축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쟁점이다. 하지만 노동 이동성이 충분하다면 임금 인플레이션이 자원 재배분을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동시에 제대로 타기팅 되지 못한 재정정책이 좀비기업만 양산한다는 우려도 증거는 분명하지 않았다. 문제는 선진국 재정정책이 경기회복을 통해 국제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에 미칠 역풍이었다. 따라서 재정축소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반면 통화긴축은 아직 무리로 인식됐다. 한편 장기침체와 그 이면의 자산버블을 이끈 배경으로 지목된 자연(중립)금리 하락도 역설적으로 소득불평등 심화가 주원인으로 평가됐다.
견지망월(見指忘月), 즉 손가락만 보고 달은 못 본다고 할까. 이런 고민들은 지금 우리 경제와 정책운용에도 좋은 함의를 지닌다. 우선 코로나 충격에 맞선 대규모 수요부양책은 자원배분 왜곡이나 좀비기업 양산 등의 부작용보다 경제안정 측면에서 더욱 소중하다. 둘째, 선진국은 대외 전염효과 탓에 재정긴축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설득력이 미약하다. 셋째, 가계부채 누증과 자산버블 등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도 불평등 완화가 중요하다. 여기서 소득불평등이 단순한 분배문제 이상으로 광범위한 거시경제 추세를 형성하는 동력이라는 지적은 참으로 의미심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