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허위·조작보도'라는 개념설정의 毒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1.09.08 02:05

채진원 교수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9월27일로 늦추기로 했다. 그때까지 숙의적 태도로 임해 논란이 되고 있는 '허위·조작보도'라는 개념 설정의 자의성과 함께 거기서 도출되는 위험성과 위헌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허위'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이를 규제해 진실보도에 도달하겠다는 법의 목표가 얼마나 현실을 무시한 순진한 발상인지, 이런 접근이 의도치 않게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부메랑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실보도'와 '진실보도'의 차이 그리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허위개념 설정의 위헌성을 살펴야 한다.

'사실보도'와 '진실보도'는 확실히 다르다. 한 예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서 누명을 쓴 윤성여씨가 30여년 전 붙잡혔을 때 기자들은 그가 범인이라는 수사기관의 발표에 따라 '사실보도'를 썼다. 하지만 그 사실보도는 진실이 아닌 허위보도로 밝혀졌다. 3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사례는 모두 '진실보도'를 외치지만 그것에 도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웅변한다. 이처럼 언론중재법의 문제는 어려운 것을 어렵게 다루지 않고 허위개념의 설정을 통해 '사실보도'를 '진실보도'로 무리하게 대체하려는 데에 독(毒)이 있다. 허위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민 것'이라는 뜻으로 이미 조작의 의미까지 들어 있다.

이 허위개념이 설정되면 '사실'을 다루는 기자의 영역이 '진실'을 다루는 판사나 철학자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결국 법 논리에 따라 '사실보도'를 넘어 '진실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을 처벌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언론이 보도의 사실 여부가 아닌 진실 여부를 따지기 시작하면 어찌될까. 자기검열과 상대검열로 모두가 희생양이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허위보도 척결'을 명분으로 '진실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탈레반식 접근'이다. 탈레반은 '나는 진실=정의, 너는 거짓=부정의'라는 선악의 이분법으로 반대자를 처단하는 '진리의 독재정'을 세웠다. 이럴 경우 공동체는 이견과 다양성이 없는 전체주의와 폭력사회로 갈 것이 뻔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국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으면 좋다. 미국인들은 '언론의 자유'란 개념을 진리를 말하거나 진실을 보도할 자유가 아니라 자유롭게 편견과 편향성을 동원해 말할 '의견표출의 자유'로 접근해 전체주의를 피했다. 그들은 '진실보도'란 말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진실과 편견(의견)을 구분했고 상대를 거짓과 악으로, 나를 진실과 선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규범 아래 '편견(의견)의 표출의 자유'를 선택해 폭력을 피했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진실보도'라는 명분 아래 진리를 독점하면서 상대방을 거짓과 허위로 몰아 '부자유'를 만드는 우리와 대조적이다. 우리도 '진실보도'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다소 포기하는 대신 '사실보도'에 기초한 의견표출로 '공동의 자유'를 살리는 데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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