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코로나가 탄생시킨 완전 회원제 과일바(bar)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1.11.19 02:05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일본 도쿄 24구의 하나인 미나토구 내의 니시아자부 지역은 다양한 외국 대사관이 모여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곳은 회원들만 출입이 가능한 각종 식당이 많기로도 알려진 지역이다. 회원제 식당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클럽, 라운지바 등을 상상하는 시각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최근 일본에는 초밥, 일본 전통요리, 불고기, 이탈리안과 모던 프렌치 등 다양한 업태의 회원제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 니시아자부 지역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원제 음식점의 성지인 이곳에 지난 9월 일본에서는 최초로 '과일' 메뉴를 중심으로 회원제 바가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가게 주소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완전 회원제 과일바 '라이프'(RIPE)가 그곳이다.

회원제 음식점은 정기적으로 납부되는 회비로 인한 안정적 경영, 고객들의 높은 로열티와 구매 반복률, 낮은 취소율과 노쇼율 등 많은 장점을 가진 반면 회원제로 제대로 자리잡고 성공하기까지 갖춰야 할 조건들은 그 이상 더 까다롭다. 재능이 출중한 요리사가 있거나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와 남다른 콘셉트의 호화로운 디자인 공간 등 마음을 끄는 요소가 필수며 도회적이지 않고 아는 사람만 접근이 가능한 은둔한 입지도 회원의 마음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다. '라이프 바'도 물론 이런 다양한 요소를 치밀하게 준비해 오픈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일이라는 생소한 아이템으로 완전 회원제 바를 오픈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현상이었다.

원래 이곳은 모던 해산물 전문점인 '피시 뱅크 도쿄'(Fish Bank TOKYO)와 치즈 전문점 '치즈 타베른 카시나'(Cheese Tavern CASCINA) 등을 보유한 에지(Edge)가 2004년부터 회원제 고급 노래방 업태로 운영하고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터진 긴급사태로 실질적으로 영업한 것은 불과 3개월뿐이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판을 짜야 했고 건강을 의식하는 다수의 고객이 기뻐할 수 있는 과일을 중심으로 한 완전 회원제 '바'로 업태를 결정하고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콘셉트와 공간 디자인 및 메뉴 개발을 시작했다.

과일은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아이치현 오카자키시 야채가게 '다이와슈퍼'의 상품을 구입, 실내에서 숙성한 후 최고 상태에서 4개 종류의 파르페와 10가지의 칵테일에 사용하며 특히 메인메뉴인 과일 파르페에 있어서는 도쿄 내 최고 인기의 비건(비동물성) 샌드위치 식당인 '후르츠앤드시즌'(fruits and season) 대표가 감수하고 있다. 생크림이 아닌 두유크림을 사용하고 시럽,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비건 사양이어서 전체적으로 칼로리가 일반 파르페의 3분의1이지만 과일의 섬세한 맛을 방해하지 않고 열매가 갖는 본래의 맛을 낸다고 자랑한다.

이런 메뉴개발 배경을 토대로 망고 파르페(3800엔), 멜론 파르페(4800엔), 샤인 무스카트 파르페(4500엔), 파인애플 파르페(2800엔) 등 꽤 높은 가격으로 책정했으며 회원가입비도 입회금 3만엔, 연회비 1만엔의 정회원부터 입회금 100만엔, 연회비 15만엔의 VIP블랙 회원 등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회원 정족수를 거의 채웠다고 한다.

'라이프'의 또 다른 주목할 점이 있다면 회원모집을 일본에서 가장 활성화한 클라우드펀딩 사이트인 '마쿠아케'(Makuake)를 이용했는데 회원이 되고자 하는 고객들은 회원가입과 함께 별도로 원하는 금액을 펀딩하는 구조였고 그 결과 목표금액 50만엔을 훌쩍 넘는 약 900만엔 이상 모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코로나19 긴급사태로 인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시대가 원하는 아이템과 기발하고 공격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이겨낸 좋은 사례다. 그리고 회전초밥 가격이 1엔만 올라도 불매운동을 서슴지 않는 일본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이면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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