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벌기로 결심하고 산골로 온 지 10년이 다 됐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두렵기도 했지요. 하지만 살아보니 별 탈 없이 잘 살아지더군요. 나는 내 인생의 50대를 애써 버는 일 없이 내 식으로 잘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 벌기로 결심한 다음부터가 내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그만 벌겠다는 결심! 사실은 버는 게 버거워서 그랬습니다. 어쩌자고 자꾸 벌려고만 하는지 허무해서 그랬습니다. 벌다가 인생 종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마음먹었지요. 그만 벌자. 그만 벌고 살자!
그만 벌고 살기! 그것은 지금 가진 것에 기꺼이 맞춰 사는 겁니다. 얼마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를 가졌든 늘 지금 이만큼이면 됐다고 여기며 사는 겁니다. 그렇게 맞추고 여기면서 살다 보니 알겠더군요. 언제나 지금 가진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정말 그렇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으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끝난다는 것을.
누구나 처음에는 지금 가진 것이 모자라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쥐꼬리만 한 것으로 어떻게 평생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겁납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용기를 냅니다. 그래 한 번 살아보자! 그래서 살아지면 힘이 납니다. 힘이 날수록 긍정하고, 긍정할수록 여유롭습니다. 여유로울수록 넉넉하고, 넉넉할수록 넘칩니다. 넘칠수록 감사하고, 감사할수록 행복합니다.
그래서 지금 가진 것에 기꺼이 맞춰 살겠다는 결심은 내 삶의 행로를 180도 바꾸는 매우 중대한 회심입니다. 그것은 삶과의 투쟁을 멈추는 종전 선언입니다. 내 삶과 화합하는 평화 선언입니다. 설레는 삶을 누리는 행복 선언입니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사람은 도저히 삶과 다툴 수 없습니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 넉넉하고 좋은데 무슨 빌미로 어떻게 다투나요?
지금 이 순간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하지요. 과연 그렇다는 걸 인정하나요? 인정한다면 지금 가진 것이 언제나 전부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졌던 것, 갖고 싶은 것, 갖으려는 것! 이 모든 것은 기억이고 생각이고 욕망이고, 결국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믿고 기억과 생각과 욕망에 매달릴 때 나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서 벗어나 언제나 전부인 지금 가진 것을 놓칩니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가지씩 내가 가진 것을 잃는다고 해보시죠. 그래도 나는 언제나 전부를 가진 겁니다. 오늘 잃은 것은 어제 가졌던 것일 뿐 지금 가진 것에 속하지 않습니다. 어제 가진 것을 떠올리는 건 머릿속의 기억이고, 잃어버린 것에 매달리는 건 마음속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내 삶이 이 정도로 초연할 만큼 깊어지진 못했지만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그만 벌기로 결심한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 가진 것에 기꺼이 맞춰 살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됐습니다. 늘 지금 이만큼이면 됐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돌이켜보니 그것이 나의 위대한 행복 선언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는 것이 벅차고 기쁘다면 마침내 나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이겠지요. 설령 내가 가진 것을 다 잃어도 나는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동치는 생명의 숨만큼은 평생 나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벅차게 살아 숨 쉬는 이런 기쁨으로 나아가는 행복 여행을 부디 뒤로 미루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