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노조, 누구를 대변하고 있나

오문영 기자
2022.03.07 15:56

근래 삼성전자에서 '최초' 타이틀이 연일 언급되는 조직이 있다. 2021년도 임금협상을 위해 삼성전자 내 4개 노동조합이 꾸린 공동교섭단 얘기다. 교섭단은 지난해 10월 시작한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 조정 회의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현재는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표이사와의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번 주 내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삼성이 창사 이래 처음 겪는 일이다.

모처럼 삼성 내에서 쓰여지는 새 역사지만 내외부 시선은 곱지 못하다. 과도한 요구에 주주는 물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까지도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조 요구안에는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이 담겼다. 사측이 지난해 노사협의회에서 협상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요구다. 사회 공감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 '투쟁을 위한 투쟁'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내외부 비판에 대한 교섭단의 태도는 논란을 더욱 키운다. 순간 위기모면식 대응이다. 지난달 16일 기자회견때 '요구안에 대한 조합원 외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란 물음에 즉답을 피했다. 임직원 조사를 토대로 요구안을 만들었다는 답을 내놨지만 신빙성이 없었다. 조사 인원 수와 답변율 등을 묻는 질문에 '나중에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추후 자료를 달라는 요청에 "오래돼서 없다"고 했다.

최근엔 내부 신뢰까지 다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를테면 지난달 24일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경우다. 이 연대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삼성 계열사 노동조합의 연합체다. 삼성전자 노조 교섭단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여기에 속한다. 지지선언 이후 삼성전자 내부게시판에 '동의한 적 없다'는 조합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이런 지적이 노조엔 거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지를 잃은 노조가 역사 속에서 숱하게 사라져온 것을 우리는 안다. 회사 안팎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지금이 노조의 방향성을 재점검할 때다. 묵묵히 일선에서 헌신하는 직원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문영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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