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로 뛰어올라 코미디언 진행자 크리스 록을 가격했다. 원형탈모증을 앓고 있는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를 'G.I. 제인'에 빗대어 농담을 던진 게 발단이 됐다. 미국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미국 코미디언은 개인의 신체, 가족, 공권력 등을 마음껏 소재로 활용한다.
아카데미는 훌륭한 성과를 이룬 영화인에게 상을 준다. 1929년 첫 시상식이 열렸으니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윌 스미스는 바로 그 무대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나서 자신의 언행을 정중히 사과했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아카데미 징계위원회는 윌 스미스가 10년 동안 시상식에 올 수 없다고 결정했다.
윌 스미스에 대한 미국 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저 웃고 지나갈 농담거리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고의 영예를 거머쥔 사람들에게 교만하지 말라는 이유로 무대에 코미디언을 불러 약점을 들추는 관행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 대중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불편한 신체와 가족을 소재로 한 농담은 "웃고 지나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적문화(national culture)를 다루는 수업에서 한 학생이 이 문제를 토론거리로 가져왔다. 한국과 미국 대중의 반응이 다른 까닭을 '불확실성 회피' 경향으로 설명해보자는 제안이었다. 헤르트 호프스테드는 세계 각국의 문화차이를 연구하면서 특정한 문화가 불확실성을 회피하거나 수용하려는 경향 중 어느 쪽이 더 큰지를 다뤘다.
한국은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매우 크고 미국은 불확실성을 수용하려는 경향이 큰 편이다. 한국의 불확실성 회피경향은 아시아의 싱가포르, 베트남, 중국, 필리핀보다 월등히 높다.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문화는 예측과 설명이 어려운 상황을 용납하지 못하고 불안에 빠진다. 불안수준이 높아지면 말을 할 때 손을 자주 사용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감정을 드러낸다.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문화는 불안수준이 낮아서 자신의 감정을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고 타인에 대한 공격을 자제한다. 이런 문화에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과격하게 행동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윌 스미스는 불확실성 수용경향이 높은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행동으로 비난받고 있다.
한국 사회가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나는 정보의 양만 봐도 그렇다. 다음 버스가 몇 분 뒤 도착할지, 도착지까지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 알려주는 시스템이 등장한 지 오래다. 학교와 직장의 일과는 시간 단위로 쪼개져 제시돼야 한다. 내년 연구비를 어떻게 쓸지 예산항목에 따라 미리 계산해야 하고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 기획도 계속돼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 사회의 불확실성 회피경향은 강하게 드러났다. 누가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족집게로 집어내겠다는 발상에 많은 국민이 동의했다. 그러나 그 숫자가 기하급수로 불어나자 그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불확실성을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정보를 모으면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개념이 뒤바뀐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불확실한 일이 넘쳐난다. 장관 후보자의 아들딸은 정말로 공정하게 의대에 들어갔는지,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세상이 더 좋아질지, 청와대를 옮기면 행정부 기능이 더 잘 돌아갈지 누구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밀어붙이려는 이들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하면서 확신에 찬 주장을 거듭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피하려 한다고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