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트럭이 라멘 국물로 달린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2.05.04 02:03
김인권 칼럼니스트

일본의 남서쪽 지역인 후쿠오카현의 대표적 소울푸드 라멘, 그중에서도 돼지뼈를 푹 삶아서 우려낸 농도 짙은 스프를 활용한 돈코츠(豚骨)라멘은 이 지역의 상징일 정도로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다. 대부분 주민이 매일 먹다시피 하는 이 돈코츠라멘의 버려지는 국물을 활용해 자사 트럭의 연료로 사용하는 운송회사가 있어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모았다.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종합물류기업 니시다상운㈜이 주인공인데 이 회사는 자사 트럭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연료인 디젤(경유) 대신 버려진 돈코츠라멘 스프에서 추출한 돼지기름, 즉 '라드'(lard)를 활용한다. 이 독특하고 기발한 기름은 기존 경유와 비교해 연비와 성능에선 전혀 손색이 없고 기름에서 가정용 식용유와 비슷한 냄새가 나지만 운전자들에 따르면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인화점이 일반 경유의 130~180도보다 높기 때문에 사고 시 화재위험도 낮다. 이 연료를 만들기 위해 이 회사는 후쿠오카 내 라멘가게 거래처에 버려지는 스프에서 라드만 추출이 가능한 전용기계를 설치, 제공해줘 무료로 원료를 얻어가고 해당 가게들은 월평균 5000엔(약 4만9500원)의 폐기비용을 줄임으로써 그야말로 윈윈 시스템이 이뤄진다. 이렇게 거둬들인 라드는 회사 내 자체 정제시설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쳐 완벽한 연료로 재탄생해 자사 트럭에 주유된다.

이 기발한 연료를 개발한 사람은 니시다상운을 54년 전인 1968년 창업해 지금까지 경영하는 니시다 마쓰미 회장이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6세에 트럭 하나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대형트럭 170대를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니시다 회장은 회사 내 트럭 수가 늘면서 무엇보다 경유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가장 우려해 고민하던 중 식물을 활용한 연료 바이오디젤 기술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인 연구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15년 전인 2007년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재가공한 니시다만의 바이오디젤을 자체적으로 개발에 성공, 경유 대체연료로 사용해왔다. 8년 전 우연히 만난 라멘가게 사장으로부터 버려지는 돈코츠라멘 스프에 대한 걱정을 들은 니시다 회장은 그 즉시 라멘 스프에서 라드를 추출하고 특수약품을 배합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그동안 자체적으로 축적해놓은 기술력 덕분에 1주일 만에 연료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후쿠오카 라멘가게들과 전격 제휴를 맺고 라드를 수집, 자체 정제공장을 통해 세계 최초로 동물성 기름으로 만든 '돈코츠바이오디젤'을 공급하게 된다.

기존 폐식용유를 활용한 연료를 포함해 하루에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은 약 3000리터로 이 회사에서 사용되는 기름의 절반 정도를 충당한다.

비용 측면보다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대기상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하는 경유와 다르게 동식물을 활용한 바이오디젤이 연소됐을 때 이산화탄소는 광합성 등을 통해 동식물들이 재사용함으로써 대기상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더이상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이 회사는 자부한다. 또한 이 지역의 라멘가게 사장들도 자신이 '기부'한 국물이 연료로 다시 탄생해 트럭에 주유돼 달리는 모습을 신기해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유나 휘발유인 화석연료 대신 충전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전기를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사용 후 버려지는 배터리 폐기문제는 그보다 뒷전에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주변에서 '기름바보'라고 아무리 놀려도 꿋꿋이 연구에 매진해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이 '돼지기름 바이오디젤'을 개발한 중졸 학력의 지방 운송회사 회장의 집념과 자연에 대한 철학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현재 74세인 니시다 회장의 꿈은 100세까지 살면서 보다 좋은 퀄리티의 바이오디젤을 개발하고 공급함으로써 후세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의 사훈은 조금은 촌스럽지만 '하면 된다'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