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K콘텐츠, 문샷·룬샷프로젝트 필요하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2.05.06 02:03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1946년 시작된 문샷(Moonshot)은 본래 달탐사선을 뜻한다.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자체가 많은 파급효과를 줄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 결과는 예측한 대로였다. 룬샷(Loon shot)은 한 발 더 나간다.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개발도 불가능할 것 같은 문샷(룬샷) 프로젝트였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평가받은 콘텐츠였다. 막대한 제작비는 물론 소화할 수 없는 잔혹한 소재였다.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가 글로벌 히트작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어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주목한 곳은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제작조건을 제시하며 실현한 플랫폼이 바로 넷플릭스였다.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넷플릭스 경영자들조차 깜짝 놀란 결과였다. 넷플릭스만 그런 사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청각장애인영화 '코다'의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석권은 애플TV가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는 신호탄이었다. '코다'가 상을 받을 즈음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코다'는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아니지만 '파친코'는 무려 100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더구나 그 프로젝트는 '오징어게임'보다 4년 전에 이미 기획됐다. 특히 '파친코'는 '오징어게임'보다 좀 더 특수한 이야기라 쉽지 않은 프로젝트로 평가됐다. 재일교포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서 부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나름 최소한 '오징어게임' 같은 생존게임 포맷은 해야 한다고 봤다. 그것이 서양인들에게 익숙하고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친코'에는 포맷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디아스포라'라고 하는 근원적인 정체성과 보편적인 주제의식이 있었다. 서구문명 자체가 디아스포라를 통해 발생, 형성돼 통했다. 더구나 일본이라는 중요한 콘텐츠 시장을 소외시키는 과감한 시도였다. 일본의 차가운 반응을 개의치 않고 1억2000명의 시장을 포기한 매우 이례적인 프로젝트였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흥행성적을 위해 모든 이를 끌어안으려는 콘텐츠 기획의 관성을 깼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대로 됐다. 문샷프로젝트, 룬샷이기도 했다.

새로운 정부에서 토종 OTT 육성이 추진된다고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토종 OTT 육성이 아니라 새로운 문샷프로젝트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OTT의 경쟁이 격화하는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역량이 미래 콘텐츠산업을 좌우하게 된다. 이 점에서 한국은 여러모로 강점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플랫폼에 국가적 투자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에 관한 미친 듯한 혁신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기는 문샷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콘텐츠 분야의 샌드박스(Sand box) 시행이 긴요하다. 이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체제를 넘어 융복합적으로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샷프로젝트들이 과감히 시도될 수 있게 독려해야 한다. 나아가 세계 플랫폼에 선보일 수 있는 문샷콘텐츠마켓 구축이 장기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이미 국내 국외의 플랫폼 구분은 의미가 없는 콘텐츠산업 시대로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발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축적된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오징어게임'이나 '파친코'가 흥행한 것도 준비된 K콘텐츠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로지 문샷을 넘어 룬샷의 영역으로 진입해야 한다. 기존 성공공식은 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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