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금융 관련 정책이 하나도 없네요."
앞으로 5년 간 대한민국을 이끌 '윤석열정부'가 출범한다. 정부 출범 전부터 금융권에선 '금융 홀대론'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 50일 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활동에서 금융산업 발전과 관련한 아젠다가 제시되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나온 인수위발 금융 정책은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 성격이 짙었다. 대표적인 것이 10년 동안 일정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장려금을 얹어줘 '1억원'을 만들어주겠다는 '청년도약계좌'다. 문재인정부에서 큰 인기를 끈 '청년희망적금'보다 가입 문턱은 낮추고, 혜택은 늘린다고 한다. 다만 인수위는 재원 마련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수백만명의 청년이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수조원이 예산이 필요하다. 그간 수많은 정부 사업에 '자발적 참여'를 강요당했던 금융사들이 정부 재정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도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힌다. 인수위는 지역 균형발전 방안 중 하나로 산은의 부산 이전을 내세웠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HMM 민영화 등 켜켜이 쌓여있는 굵직굵직한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보다는 부산 이전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가 차기 산은 회장이 갖춰야 할 능력치로 거론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반대로 새 정부의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청사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각 금융협회가 금융사들의 건의사항을 모아 인수위에 전달했지만 인수위 국정과제에 반영된 건 없다. 카드 수수료 산정체계 개편이나 빅테크(대형IT기업)와의 '공정 경쟁',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금융권 데이터 공유범위 확대 등 어느 하나 시급하지 않은 과제가 없다.
금융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에 접어든 지 오래라고들 한다. 심지어 전통적인 금융사는 사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금융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금융사들은 규제를 핑계로 손쉽게 '이자장사'로만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 부디 새 정부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만 금융을 대했던 과거 정부의 행태를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