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는 공공재가 아니라 사적 재화이다

[사설] 반도체는 공공재가 아니라 사적 재화이다

머니투데이
2026.06.01 04:00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는 공공재가 됐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협력업체나 지역사회 등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회연대임금'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는 '대기업 이익 배분을 강요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반도체나 기업 이윤이 '누구나 나눠 가질 수 있는 자원'처럼 취급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공재는 가로등이나 국방서비스처럼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 가능성을 줄이지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반도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같은 '비경합성'이나 '비배제성' 가운데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산업에 반도체가 필수적인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반도체가 공공재가 될 수는 없다. 석유는 훨씬 오래 전부터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우리는 석유를 공공재라고 하지 않는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세제 혜택과 국가 인프라 투입을 바탕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재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이 기업 이윤에 대한 사회적 권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는 민간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공유 자원'으로 본다는 위험성이 있다.

정부가 반도체 이익을 나누겠다며 개입하는 순간 소유권 경계가 흔들린다. 경제적 유인이 줄어들고 미래 투자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규모의 선행 투자가 필수적인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호황기 이윤은 불황기를 버티고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재원이다. 이익을 내 보상이 이뤄지는 산업에 인재와 투자가 몰리고 그렇지 못하는 산업은 퇴출되는 게 시장원리다. 위험은 기업과 주주가 지고 성과는 사회가 공유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굳이 혁신을 거듭하고 고도의 숙련도를 쌓을 동기를 잃는다.

이미 반도체산업은 막대한 법인세 등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추가적인 기여를 원한다면 세제 혜택 등 시장 친화적 유인책으로 자발적 상생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기업 이윤의 최우선 순위는 생산적 재투자여야 한다"고 밝힌 것은 정부 안에서조차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설익은 말로 시장을 흔들기 전에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통일된 정부 입장부터 만들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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