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1914년 이후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시작된 1914년 1차 세계대전부터 소련이 무너진 1991년까지 10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참으로 극단적인 사건이 많았다. 두 번의 세계대전, 냉전, 그리고 철의 장막 붕괴로 이어지면서 혼돈과 혼란이 거듭된 극단의 시대였다.
중동전쟁과 오일쇼크, 냉전으로 대결과 긴장, 혼돈과 격변이 계속된 1970년대, 경제학자 존 K 갈브레이스는 지금은 확신에 찬 경제학자도, 자본가도, 사회주의자도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로부터 어언 반세기가 흘렀다. 경제성장으로 물적 토대가 탄탄해졌고 과학기술도 고도로 발전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21세기는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안정적 번영을 구가하는 시대가 됐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21세기 벽두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본토의 수도 도심에서 항공기 연쇄 자살공격을 받았고 이로써 전 세계는 극한의 충격에 휩싸였다. 9·11테러로 불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몇 년이 지난 2008년에는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초유의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이번에는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듬해 돼지독감으로 불린 신종인플루엔자(HINI) 확산을 맞아 세계보건기구는 팬데믹을 선포했고 극단적인 보건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가 이듬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비화했다. 21세기는 20세기 이상으로 극단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더 불확실한 시대가 됐다.
미래학자나 미래예측 전문가들은 21세기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질 것이고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 나비효과처럼 전 지구적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한다. 매우 드물게 일어나고 그래서 데이터가 거의 없어 예측이 어려우며 장기간 지속되고 사회적 충격과 파급효과가 모든 지역, 모든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극단적 사건을 미래학에서는 'X이벤트'(사건)라고 부른다. 9·11테러, 리먼브러더스 사건, 코로나 팬데믹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극단적 X사건이다. 최근 260조원이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린 가상화폐 루나-테라 폭락사건도 투자자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극단적 사건이다. 여담이지만 벼락은 전기작용으로 나타나는 자연현상으로 비가 올 때 주로 일어나지만 비가 오지 않는 맑은 하늘에도 구름이 끼고 습도가 높으면 벼락이 칠 가능성이 있다. 매우 드물지만 과학적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은 자연현상의 X사건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X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12년 복잡성 과학자 존 L 캐스티는 지구문명을 붕괴시킬지도 모를 디지털암흑, 핵폭발, 석유고갈, 로봇재앙 등 11가지 극단적 시나리오를 경고한 'X이벤트'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여기에는 팬데믹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 팬데믹을 겪은 후 미래학자들은 X사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복잡성이 커질수록 X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극단적 사건은 모든 분야에서 발생이 가능하다. 가령 인터넷이 갑자기 다운돼 장기간 복구가 안 되거나, 사이버 테러로 모든 사람의 개인정보가 해킹되거나, 어느 날 갑자기 남북 간에 전쟁이 발발하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없는 사건이 결코 아니다. 극단의 미래에 대한 예측과 준비는 국가나 글로벌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20세기가 극단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극단의 미래, 극단적 사건의 시대다. 모든 지역,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줄 극단적 미래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