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외면한 대가[광화문]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2022.07.25 03:00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독대 형식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7.18/뉴스1

정부가 렌터카 기반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 도입을 재검토키로 했다. 2020년 3월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28개월여 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심야택시 대란이 더욱 심화하자 뒤늦게 입장을 뒤집고 불법딱지를 붙인 타다를 해법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을 내걸고 타다 서비스에 나섰다가 정부의 눈치보기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이재웅, 박재욱 전·현직 쏘카 대표와 직원들, 일자리를 잃은 타다 드라이버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최근 심야택시 대란은 예견된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에도 심야에 택시 잡기는 어렵기 매한가지였다. 열악한 처우와 고령화 문제로 택시기사와 운행택시가 줄어들면서 승차거부나 골라태우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2018년 선보인 타다가 돌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타다는 승차거부가 없고 친절한 응대로 호평받으며 1년 만에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켜 혁신의 싹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렇게 이어진 택시업계의 구조적 문제와 고질적 병폐가 코로나19로 터져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처우에 코로나19로 손님까지 줄어들자 젊은 택시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많은 택배나 배달로 대거 이직했다. 실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10만명 넘던 법인택시 기사는 올 4월 말 현재 7만명대로 감소했다. 기사가 줄면서 법인택시 운행률도 30%대로 낮아졌다. 젊은 택시기사들이 떠나다 보니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서울 택시기사의 절반이 65세 이상이다. 개인택시는 고령화로 야간운행을 피하고 법인택시는 기사를 못 구해 노는 차가 많아지면서 심야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택시를 대체할 수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출현할 때마다 택시업계 보호를 명분으로 이를 번번이 차단했다. 타다에 앞서 2013년 미국 우버가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엑스'를 내놓자 서울시는 불법 콜택시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2019년에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와 정부·여당의 반발에 부딪쳐 사업을 접어야 했다. 타다, 우버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막지 않고 모빌리티 생태계를 소비자 중심으로 혁신했다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택시 대란은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혁신을 외면하고 구태를 반복하면서 국민 피해를 키운 셈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심야택시 탄력요금제 도입과 함께 승차공유 플랫폼과 연계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타다의 사례처럼 업역간 이해관계 때문에 나아가지 못한 것은 최대한 소통하고 제도의 혁신 또는 공급이 근본적으로 제약되는 부분은 반드시 돌파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더이상 기득권을 위한 정책은 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부터라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생태계에 맞게 관련법과 규제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택시뿐만 아니라 기존 교통체계를 뒤흔들 드론,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긴 안목의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파괴적 혁신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기존 운송업계 종사자들을 구제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해관계자간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중재하면서 혁신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이해관계자간 갈등을 회피하거나 정치적 고려를 앞세울 경우 혁신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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