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힘이 아주 센 조직이다. 인원이 13만명으로 육군 다음으로 많다. 해공군보다 큰 조직이다. 군대처럼 탱크, 전투기는 없지만 권총, 소총으로 경무장된 무력집단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 경찰은 세계 최고급으로 촘촘히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다. 사람들의 얼굴을 식별하는 정보통신 기술이 나날이 발달해 조만간 감시카메라와 컴퓨터로 각 개인의 일상적 움직임을 모두 분류, 저장해두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우린 부처님, 아니 경찰 손바닥 위에 있게 된다.
동아시아 경찰의 원조격인 일본 경찰을 창설한 가와지 도시요시(川路利良)는 "보이지 않게 보고 들리지 않게 듣는 것"을 경찰의 핵심기능으로 봤는데 그만큼 경찰의 핵심기능은 감시, 즉 정보수집이고 정보계통이 경찰의 출세코스다. 경찰은 역시 '찰'(察)하는 기관이다. 우리 정부의 정보수집 기능은 크게 경찰과 국정원에 나눠져 있었는데 국정원의 국내정보 기능이 경찰로 이관될 예정이다. 정보가 얼마나 큰 힘인지는 미국의 '밤의 대통령'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후버는 1924년 FBI 국장이 된 후 1972년 사망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어떤 대통령도 정보, 즉 대통령 자신들의 약점을 쥐고 있는 그를 해임할 수 없었다. 이 '정보'에 더해 한국 경찰은 검찰로부터 '수사'도 일부 넘겨받았고 경찰 내 강경파는 나머지 수사권도 가져가고 싶어한다.
벌써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에서는 경찰대 출신 모셔가기가 시작됐다. 경찰대 학생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잘 알고 절반 가까이가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하고 있다. 원래 검찰의 힘은 수사권에서 나왔다.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 가진 검찰은 힘이 없다. 조직도 작고 총도 없고 정보도 없다. 일본 검찰이 그렇다. 일본 검찰은 경찰 측 변호인에 불과하다. 일본 국회의원 중 경찰 출신은 다수지만 검찰 출신은 거의 없고 명문 도쿄대 졸업생들은 직장으로 검찰보다 경찰을 선호한다. 이렇게 파워풀한 정보권한과 수사권한을 넘겨받으며 대한민국 최강의 권력기관이 되고 있는 경찰이 이제는 '독립'까지 요구한다. 무엇보다 경찰의 인사를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관도 대한민국 국민이 고용한 '공복'(public servant), 즉 공무원이다.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자신들이 뽑은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을 통해 공무원들을 간접적으로 지휘한다. 공무원이 이 지휘를 거부한다면 국민과 공무원은 무관한 사이가 되는 것이고 국민이 세금을 내 공무원에게 월급을 주고 연금을 줄 그 어떤 이유도 없게 된다. 국민이 고용한 공무원은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률의 틀 안에서 대통령과 장관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민통제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장관이 법무부의 검찰국처럼 행정안전부에도 경찰국을 만들어 '인사' 등을 통제해야 한다. 이 문민통제를 거부하면서 '독립' 운운한다면 경찰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셈이 된다. 이 독립선언에 우리 국민은 어떻게 답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