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샌드박스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전문성·객관성에 기반한 신속 과감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심사체계를 개선하고 제도운용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제고 및 지원체계를 보완·강화하되 사후책임성 확보를 기도한다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하에서 상용화해 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6월 영국이 도입한 후 현재 50여개국이 운용한다. 국내 금융분야는 2019년 4월 도입 이후 올해 7월 기준 211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 135건의 서비스 출시로 총 3조7000억원의 투자유치 등 핀테크산업의 저변확대에 기여했다.
금융과 IT의 융합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제고와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돕는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출현기회를 제공하는 이점도 있지만 신상품과 서비스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혁신금융서비스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테스트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규제샌드박스의 제도적 의의는 적지 않다. 금융부문에서 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분산원장·블록체인 등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신기술이 도입·확산이 심화하면서 기대되는 금융혁신은 현행 금융법제에 맞지 않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이 용이하지 않고 신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핀테크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회사들도 금융규제샌드박스에 기대하고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점에서 금융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규제샌드박스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이번 발표는 의미가 있다.
금융규제샌드제도 도입 후 초기와 달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건수 및 서비스 다양성이 감소(2019년 77건에서 2021년 50건)해 혁신동력이 위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주변의 우려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샌드박스제도의 내실화에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외형적인 숫자보다 질적 측면에서, 그리고 샌드박스 진입건수에 초점을 두기보다 진입 후 체계적·질적 지원에 정책당국이 보다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규제샌드박스는 테스트가 아닌 상용화한 상품과 서비스를 실제 소비자를 상대로 출시하기 때문에 미처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질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투자유치가 용이해지고 사업의 질적 수준과 규제준수역량도 높아져 사업지속가능성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규제샌드박스제도는 혁신과 경쟁촉진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한다는 제도적 의의를 살리면서 외형이 아닌 참여기업은 물론 디지털금융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도록 어떻게 설계·운용되는지에 따라 국가 혁신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가 결정된다. 규제샌드박스제도를 도입한 국가들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절묘한 균형점을 찾고자 고심한다. 참고로 호주는 우리처럼 사전승인을 받아 규제샌드박스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참여할 기업들이 규제기관에 참여의사를 통지하고 테스트를 개시할 수 있다. 반면 규제샌드박스는 핀테크기업만 이용할 수 있고 범위와 요건도 엄격하다. 디지털 재창조 시대에 부응하는 질적 성장을 위한 도약대가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