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 프로야구계의 국보로 불리던 투수 선동열의 방어율이 아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2.1명이 되어야 현재 인구가 유지된다. 차이가 너무 크다. 거의 압도적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 7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숫자가 2026년에 0.69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 출생아 숫자는 2020년에 30만 명이 깨졌다. 2021년에는 26만여 명으로 사상 최저였다. 올해도 매월 출생아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고 있다. 암울하다. 정부 대책은 있었다. 2006년부터'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다. 많은 예산도 투입되었다. 하지만 실패에 가까웠다.
저출생위기와 기후위기는 닮아있다. 반드시 온다는 것을 모두 안다. 하지만 당장 오지는 않으니 대책이 느슨하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 그러다가 '심판의 날'을 맞을 수 있다.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인구정책을 수립한 후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저출생의 주요 원인은 높은 양육비용, 맞벌이를 어렵게 하는 열악한 아이 돌봄 시스템, 높은 사교육비와 치열한 입시경쟁, 비싼 주거비용 등이다. 이런 분야에 파격적으로 예산을 지원하자. 이런 노력으로 인구감소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동시에 인구가 감소해도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도 찾아야 한다.
먼저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애 낳을 엄두가 안난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부모급여'도 좋은 대책이다. 여기에 더해 세제지원도 생각해 보자.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저출생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사회에 큰 기여이다. 따라서 그 부모에 대한 지원은 합리적이다. 소득공제 중 인적공제를 새로 태어나는 아이부터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치열한 입시경쟁과 높은 사교육비의 근저에는 명문대를 향한 우리 사회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입시지옥이 계속되는 데에는 명문대 입학정원 축소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령기 학생 수가 줄어드니 모든 대학의 입학정원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고 교육 제공 능력도 충분한 대학은 정원을 크게 늘리고,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합리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자. 잘 설계하면 입시지옥 완화와 자라나는 우리 젊은 세대에 대한 양질의 대학교육 제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맞벌이다. 맞벌이를 하려면 아이를 하루 종일 맡길 곳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 낳기가 꺼려진다.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 돌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신규 분양 등의 기회를 지금보다 많이 제공할 필요도 있다. 저출생의 또 다른 이유인 혼인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복합적인 사회문제라 해결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예견된 위기 상황이다. 따라서 다른 모든 정책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인구감소의 속도를 조절하고 그 바탕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