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블루리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맛집'이다. 맛집평가 가이드북이 평가과정을 거쳐 전국의 식당 중에서 음식맛을 인정받은 레스토랑에 '블루리본'을 수여하게 되며 레스토랑들은 '블루리본'을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고 고객유치에 활용한다.
일본에도 '블루리본'이 있는데 한국과는 달리 달리는 '열차'에 수여하는 어워드프로그램이다.
블루리본어워드(Blue Ribbon Award)는 철도지식을 널리 보급하고 철도에 대한 취미를 확산하며 철도문화를 보호하고 기술개발에 기여하자는 목적으로 1953년 설립된 전국적인 철도애호가단체인 철도친구협회(Friends of Railways Association)가 운영하는 어워드프로그램이다.
이 특이한 친목단체는 현재 3034명의 정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76개 기업 및 단체의 지원을 받고 매거진 'RAILFAN' 발행, 철도취미와 관련된 투어 기획, 사진 콘테스트, 철도 및 자재수집에 관한 연구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무게 있는 행사는 매년 뛰어난 철도차량에 부여하는 '블루리본상'이다. 식당들의 신청을 직접 받아 레벨별로 여러 곳에 수여하는 한국의 '블루리본'과는 달리 1년에 1종류의 열차에만 '블루리본'을 달아주는 일본의 철도업계에서는 역사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어워드다.
이 블루리본어워드는 1958년 제정됐는데 시작한 이유도 재미있다. 1957년 도쿄와 하네다간 운영을 시작한 오다큐선의 'Odakyu 3000형 열차'(일명 로망스카)는 그 당시 이 협회 회원들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혁명적인 차량으로 인정돼 일종의 '상'을 수여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듬해인 1958년에 설립됐다고 한다. 이후 1959년부터는 회원들의 투표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간판 열차를 선정하고 있으며 수상에 빛나는 차량은 '블루리본'을 걸고 위용을 뽐내며 당당하게 달린다.
블루리본어워드는 일본에서 사용되는 선로차량으로서 전년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상용화에 들어간 신형 차량들 중에서 철도친구협회 선정위원 10명이 철도에 대한 지식과 공정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후보차량을 선정한 후 'RAILFAN'에 후보들을 게재하고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그해의 차량을 선정하는 매우 엄정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본은 민간이 운영하는 사철이 발달했는데 그 회사들 입장에서 매년 신규로 운행하는 신차에만 수여하는 이 '블루리본'이야말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열차 기술력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알리는 최선의 방법이자 명예다. 이 리본을 획득하기 위해 각 회사의 첨단 철도기술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연구함으로써 150년 된 일본철도 문화를 지속적으로 계승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블루리본어워드도 코로나 시기를 만나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된다. 주로 특별한 익스프레스와 신칸센 등이 수상을 독점했는데 올해의 '블루리본'은 의외로 평범해 보이는 일반 통근열차가 그 영예를 얻었다. 인터넷상에서 이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어날 정도로 화제를 끌었는데 그 주인공은 케이큐선이 운행하는 통근열차 'Keikyu 1000형 1890 시리즈'다.
'Le'라는 별명을 가진 이 열차는 겉으로 보기엔 일반열차와 차이가 없지만 수상내역을 들여다보니 열차 내부의 변화에 있었다. 평소에는 평행하게 줄지어 있는 '긴 좌석'이지만 이벤트 열차로 쓰일 때는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크로스 시트'로 변신이 가능하고 통근열차에는 설치하지 않는 남성용 화장실을 배치하고 차량기지에 정화시설까지 갖췄다.
코로나로 인해 신규 후보차량이 5개밖에 없었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그동안 주로 멋지고 럭셔리한 열차에 수여한 '블루리본'도 이제는 디테일이 들어 있는 생활밀착형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자율주행차량, 날아다니는 자동차 등 운송혁명이 눈앞에 와 있는데 150년 긴 역사를 안고 일본의 철도가 어디로 향해 나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