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 사이 세 명의 총리"
최근 영국의 정치혼란을 지켜본 해외언론의 헤드라인이다. 7월 사의를 밝힌 보리스 존슨 총리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보수당 새 대표로 선출되자 9월 총리직을 넘겼다. 하지만 트러스는 7주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사퇴했다. 전례없는 혼란 끝에 리시 수낵 신임총리가 취임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은 옛 이야기라도 영국이 쌓아올린 기반이 쉽게 무너지진 않았다. 이제 그 평가도 바꿔야할 지 모른다. 영국 런던은 외환 및 장외 파생상품 거래부문 세계1위지만 그 위상은 하락세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결과 지난 4월 기준 세계 외환의 38%, 장외 파생상품은 46%가 런던에서 거래됐다. 2019년 대비 각각 5%포인트씩 줄었다.
런던에서 빠져나간 거래는 다른 곳으로 분산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영향도 크다.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완료한 직후인 지난해 2월, 런던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래소에 주식 거래량 유럽 1위 자리를 내줬다고 밝혔다.
물론 영국은 여전히 강대국이다. 201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5~6위 선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기준 올해 3조2000억달러로 6위다. 13위 한국(1조7000억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영국은 세계 경제의 벤치마크 역할도 한다. 북해 브렌트 유전은 더 이상 실효적 의미가 없지만 북해산 원유는 지금도 브렌트유라는 이름으로 거래된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고 주요7개국(G7) 멤버다.
하지만 이런 자랑거리는 대개 과거부터 쌓인 것, 즉 '레거시'다. 최근 새로 만들어낸 것은 찾기 어렵다. 특히 경제분야는 부침이 심하다. 최근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출렁이며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파운드화는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영연방은 쪼그라들었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할 때 32개 '영연방 왕국'들의 군주직을 겸했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뿐 아니라 나이지리아와 케냐 등도 있었다. 그후 70년, 17개국이 공화국으로 전환하는 등 영연방을 떠났다. 영국은 이미 '보통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물론 일본이 말하는 보통국가와 다른 의미지만 말이다.
영국이 위축됐으니 관심을 꺼도 될까. 아니다. 영국의 변화는 그 방향이 무엇이든 주목해야 할 이슈다. 그간 영국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가 있다. 한국도 그렇게 설정된 '경로' 속에서 움직여 왔다. 영국은 북한 평양에 자국 대사관을 둔 나라이기도 하다. 한반도 외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영국이 보통국가가 돼가는 사이 대영제국에게 아편전쟁의 '굴욕'을 당했던 중국은 '굴기'의 시대를 맞이했다. 영국에 내줬던 홍콩을 돌려받았을 뿐 아니라 그 치욕을 되갚아주려는 노력을 진행해 왔다.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수낵 영국 총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애도를 전했다. 그는 "서울에서 끔찍한 뉴스가 있었다"며 "우리는 이처럼 어려운 순간에 대응하고 있는 이들과 모든 한국 국민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