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협조를 통해 이태원 클럽 주변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확보한 조치에 대해 91.7%는 적절하다고 답했다. 기본권 침해로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7.2%였다."
2020년 5월 18일 서울시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랬다. 당시만 해도 감염자의 동선과 접촉자 파악이 방역의 핵심이었던 코로나19 유입 초기 단계였다. 게다가 잠복기가 최대 2주인 코로나19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렸는지 쉽게 파악이 어려웠다.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기지국 접속자 명단 확보였다. 법적 근거도 있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76조 2항)에 따라 정부는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주점 주변 기지국에 접속했던 1만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취득한 정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1만여명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보냈다.
시간이 흐르자 다른 얘기가 나왔다. 공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일었다. 시민인권단체들은 1만여 명의 기지국 접속정보 수집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과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시간이 더 흘러 국민 상당수가 감염돼 감염자 추적·관찰이 무의미해지자 과연 그때의 선택이 방역에 보탬이 되기는 했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처럼 방역이라는 공적 책임을 개인의 자유 위에 둬야 할 명분이 갈수록 약해지면서 기지국 접속 정보를 통한 '이태원 사람 찾기'의 기억도 희미해진 가운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터졌다. 참사 발생 후 연락이 닿지 않은 가족과 친구를 밤새 뜬눈으로 찾는 모습들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다시 기지국 접속 정보에 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현행법상 경찰 등 긴급구조기관이 친족 등의 구조요청이 있는 경우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통신사에게 요청해 받을 수 있다. 실종자 가족이 먼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해야 실종자의 마지막 휴대폰 기지국 접속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애타게 누군가를 찾는 사람에겐 너무 긴 시간이다. 무엇보다, 이런 절차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예방적 차원에서 기지국을 통한 사람찾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지국 정보를 통해 특정 지역의 인구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조기 경보를 통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사고 예방을 위해 수사당국이나 행사 주최 측이 실시간 기지국 정보를 요구하기는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22년의 이태원 사람찾기는 같은 지역에서 감염 추정자들을 찾으려 했던 2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박하다.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할 이유도 훨씬 뚜렷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유와 공권력, 무엇을 택해야 할지 2년 전보다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솔로몬의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