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샤인머스캣의 몰락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2.11.15 02:03
김성훈 충남대 교수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샤인머스캣이라는 포도를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만든 청포도로 우리나라에는 2006년 선보인 후 최근 고급포도로 인기가 매우 높다. 특히 캠벨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포도에 비해 당도가 매우 높고 껍질째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포도 특유의 머스캣향이 강해 포도알을 씹을수록 망고향이 나서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른바 '명품과일'인 샤인머스캣의 분위기가 요즘 심상치 않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샤인머스캣의 상(上)품 등급 2㎏의 10월 평균가격이 1만2107원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평균가격에서 41%나 하락한 수치다. 백화점이나 마트 가격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 샤인머스캣 한 송이에 3만원 넘어가던 것이 이제는 절반 값으로 할인해도 소비자의 눈길을 쉽게 끌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격급락의 첫 번째 원인은 포도농가의 작목전환 등으로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 공급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샤인머스캣의 현재 재배면적은 4000㏊(헥타르)에 달하는데 이는 2016년 재배면적 240㏊의 17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농산물 생산이 늘면 공급이 많아져 가격이 일정수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가격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져도 소비자가 구매를 꺼린다는 것은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품질문제인데 요즘 사 먹는 샤인머스캣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는 상당량의 샤인머스캣 당도가 16~17브릭스에 불과한 C급 포도로 맛있는 샤인머스캣의 당도 기준인 20브릭스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추석 성출하기에 마음이 급한 일부 농가가 충분히 키우지 못한 미숙과를 출하해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 것이 샤인머스캣의 품질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된다.

이러한 샤인머스캣의 몰락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돼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은 포도농가에 여러 차례 경고음을 보내고 대책을 고심했다. 필자도 연구를 통해 샤인머스캣의 과잉생산과 품질저하가 현실화하면 국산 샤인머스캣 가격이 최소 30% 이상 하락할 뿐만 아니라 국산 포도 소비가 수입산 포도나 다른 과일 등으로 대체돼 우리나라 포도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포도 산지에서는 아직도 자율적인 생산 및 품질관리 움직임이 그리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듯이 생산지나 소비지의 트렌드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시장참여자의 기본으로 산지농가에도 필수적인 농업의 경영마인드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드는 것에 대한 경고음에 귀를 닫고 상품의 품질관리라는 기본 중의 기본을 무시한 결과는 되돌이킬 수 없을 수 있다. 개별 포도농가가 주저한다면 산지 조직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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