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2024.03.28 02:05
전 BNK자산운용 대표

"요즘 누가 애를 낳아요? 결혼요? 당장 내 코가 석 자인데…." 인구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요즘 상당수 젊은이의 인식이다. 어느 진화생물학자는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라고 일갈했다. 주변에 먹을 게 없고 숨을 곳도 없는데 번식하는 동물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내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과거 부모님 세대가 말한 "모든 자식은 각자 제 몫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식의 논리는 결코 납득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가 죽겠는데 국가소멸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아제한에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번식을 못하게 하는 게 어려운 일이지, 번식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니 최근 출산율 저하는 한편으로는 패러독스다. 과거보다 훨씬 현명해진 요즘 젊은 세대는 결혼비용, 가사노동,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 등 많은 고민을 한꺼번에 그것도 미리 하다 보니 결혼도 쉽지 않고 아이를 낳는 일은 더욱 힘들어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보면 결혼한 가정에서 90% 이상의 출산이 이뤄진다. 아마도 유교적 사회정서로 인해 비혼(非婚) 상태에서 출산에 대한 도덕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최근 출산정책은 결혼과 출산장려에 집중되는 느낌이다. 국가소멸과 미래 우리나라의 생산력 부족이 걱정이라면 출산 외에도 이민을 장려하든지, 노년층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실 인류가 직면한 모든 환경문제는 인구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자원고갈 없이 환경을 보호하면서 모든 인류가 프랑스인처럼 살려면 2.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지구의 적정인구는 30억명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80억명이 살고 있으니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다시 출산율을 높이는 노력은 "전 지구적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구문제를 좀 더 본질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애를 많이 낳아야 하는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꼭 혼인을 통한 출산만 옳은 것인지, 외국인의 적극적 이민은 왜 안 되는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요즘 노년층의 노동력을 더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좀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결혼제도는 인류가 기원 전 2000년쯤에 재산상속과 자기자식을 확인할 목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추구하면서 확립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리학이 주류를 이룬 조선시대 중기 이후 더욱 결혼제도가 공고해졌고 결혼과 출산을 당연한 순리로 여겼다. 이제 그 순리가 위협받는다. 이런 인간생태계의 변화는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생산력 향상을 위해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4인가구에서 2인, 1인가구로의 변화는 소비산업을 재편한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에 제조업체는 찾아보기 어렵고 미래지향적 정보통신기업이 주류를 이룬다. 한국 사회가 인구문제를 과거의 틀에서 풀려고 한다면 경제성장은 정체될 것이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이 진실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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