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이 내렸다. 현대 사회에서 눈은 잠깐의 아름다움도 주지만 혼란의 원인이 된다. 눈을 빠르게 치우는 것은 도시 기능을 회복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군대에서 제설작업에 참여해본 남성들은 잘 알겠지만 눈을 치우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수증기를 많이 머금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습설이면 더 그렇다. 도시 지역에서 제설은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야 하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기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 눈이 내리기 전에 강설규모에 맞춰 충분한 장비와 인력을 대기시키는 것이 필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릴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자체들은 폭설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동원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원된 인력과 장비를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정보취합과 과감한 판단이 필요하다. 눈이 많이 오지 않을 경우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사전에 살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만 강설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눈이 멈춘 후 중장비를 동원해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 곤란하다. 연중 며칠 동안 내리는 눈 때문에 무작정 많은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사전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민간의 장비와 인력을 동원할 수 있지만 적정 비용을 산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으로 인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들로 제설작업은 지자체의 능력과 지자체장의 조직 장악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번 폭설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서울과 다른 지역의 제설역량은 큰 차이를 드러냈다. 서울의 경우 간선도로는 물론 이면도로와 보도까지 빠르게 제설이 완료됐지만 수도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계속 호소한다. 물론 서울의 적설량이 28.6㎝로 용인 47.5㎝, 수원 43㎝ 등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 원인이지만 수도권 지자체들의 행정체계와 역량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의 경우 겨울이 되면 제설작업을 총괄하는 제설통제센터를 두고 장비와 인력을 상황에 맞춰 동원한다. 제설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최적의 이동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폭설시 주요 간선도로 등에 대한 제설이 우선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보도나 이면도로의 제설은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도 커진다. 지자체 입장에선 한정된 역량을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결빙에 따른 넘어짐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 부각된다. 주민들이 스스로 눈을 치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주거형태와 인식의 변화로 이런 방식은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동네별로 주민 가운데 제설인력을 지정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할 때가 됐다. 이와 병행해 제설의 범위와 책임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폭설이 더 잦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의 한 사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