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테크노 낙관주의자의 부상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24.12.06 02:05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벌써부터 새로운 줄서기가 분주하다. 극단적인 보수주의적 의제로 가득찬 '프로젝트 2025'의 포부가 채 소화되기도 전에 이제 또 다른 친숙한 인물이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방향을 예고한다. 일론 머스크는 신생 정부효율부의 수장을 맡을 예정이나 트럼프의 '절친'(best buddy)으로서 빅테크 규제나 산업정책, 나아가 가상자산(암호화폐) 문제 등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이 예상된다.

사실 머스크는 그동안 기술혁신, 특히 자동화에 기반한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는데 앞장섰다.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횡행한 기본소득론도 그 일환이다. 이런 꿈을 "완전히 자동화한 화려한 공산주의"니 "테크노 마르크스주의자"니 하면서 시장자본주의를 넘어선 유토피아적 선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역시 실리콘밸리의 거장으로 정부효율부에 동참키로 한 마크 앤드리슨은 그러한 유토피아적 요소를 걷어내고 '테크노 낙관주의자 선언'(Techno-Optimist Manifesto)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린다.

앤드리슨 같은 기술 맹신론자들은 "우리에게 현실세상의 문제를 주면 그것을 해결할 기술을 발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기술이 세상을 움직이는 지렛대"라며 "자유시장이 기술경제를 조직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이렇게 해서 기술과 시장이 결합한 '기술-자본기계, 즉 끊임없는 물질적 창조, 성장, 풍요의 엔진'이 탄생한다. 신나치 종교집단과 공명하는 닉 랜드의 '가속주의'(accelerationism) 등이 그 이론적 전제다. 이제 그에겐 "인공지능이 우리의 연금술사며 마법사의 돌"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는 이른바 '시야의 편향'(horizon bias)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기술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이 당장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 경향 말이다. 그간 기술이 거둔 엄청난 성과를 생각할 때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기억이 대단히 편향된 샘플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기술혁신의 수많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 수천, 수만 배나 많을 실패와 좌절이 무시되는 것이다. 대체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 만큼 기술적 진보의 이야기도 눈부신 성과들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이처럼 막연한 기대는 마케팅이나 도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술 낙관주의에는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위험이 수반된다. 기술이 기후변화를 해결한다면 지금 굳이 탄소배출을 걱정해야 할까.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노동시장만 유연하면 언제든 새 일자리로 대체할 수 있다? 소득 불평등은 로봇을 부려 개선할 수 있다? 독과점은 창조적 파괴의 일환일 뿐이다? 국가와 금융의 폭주를 막기 위해 탈중앙화한 금융시스템, 즉 가상자산이 필요하다? 테크노 낙관주의 대신 다양한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의제를 반영한 '테크노 현실주의'가 요구된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스모글루는 자동화에 치중된 기술혁신이 초래할 위험, 즉 노동대체, 정보왜곡 및 조작 등을 경고하며 인간 친화적인 기술혁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테크노의 자리에 휴먼을 넣어야 할 성싶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